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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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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영사관
사칭 스푸핑 사기, 북텍사스
한인사회 강타
공식 전화번호·정교한 위조 문서·유창한 한국어까지 …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대사관입니다. 귀하 명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달라스에 거주하는 한인 A씨는 지난 7월 초, 평범한 일상 속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공포와 충격에 빠졌다. 전화를 건 상대는 자신을 주미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이라 소개하며, “귀하가 마약운반과 여권 위조 혐의로 수배 중이며, 한국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통보했다.
더욱 소름 끼치는 건, 전화 발신번호가 주달라스출장소의 실제 공식 번호(972-701-0180) 로 표시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스푸핑(Spoofing)’ 기술이 동원된 것이다. 피해자는 당황한 나머지 상대가 제공한 링크에 접속했고, 화면에는 구속영장, 여권 정지 통보서, 인터폴 수배서, 계좌거래내역 등 각종 문서가 실명과 주민번호까지 포함된 채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다.
A씨는 결국 개인정보 일부를 입력했고, 더 큰 피해로 번질 뻔한 순간, 다행히 귀가한 남편이 사기를 직감하고 즉시 주달라스출장소에 신고함으로써 사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씨는 큰 심리적 충격과 불안을 겪었고, “그 순간엔 진짜 체포될 줄 알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전화번호와 실명까지…정교해진 사기 수법, 누구나 속을 수 있다
확인한 바로는, 이 같은 사칭 사기 사례는 최근 북텍사스 한인사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전화번호가 실제 영사관 번호로 떠서 의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현 레전드 축구협회 회장 김흥수(미국명 제임스 김) 씨 역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비즈니스 미팅 중 “대한민국 총영사관입니다.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 서류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김 회장은 50년 넘게 미국에 거주 중이며, 한국 정부 기관과는 사실상 교류가 없는 상태였기에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김 회장의 영어 이름과 연락처를 정확히 언급했고, 자신을 “백현우”라고 밝히며 신뢰를 유도했다.
심지어 “늦어지면 더 큰 불이익이 생긴다”고 협박까지 하며 김 회장을 압박했다.
이상함을 느낀 김 회장이 “그럼 직접 가겠다. 주소를 달라”고 요구하자, 상대는 “479 PKWY SUITE 972-701-0180”이라는 실체 없는 조합의 주소를 보냈다. 이때 김 회장은 사기임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
비슷한 시간, 달라스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P씨에게도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귀하 앞으로 서류가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P씨가 “출장소에서 가까우니 직접 가겠다”고 하자, 상대방은 말을 흐리며 당황했고, 결국 P씨는 즉시 전화를 끊고 확인에 나섰다. 그는 “내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어서 등골이 오싹했다”며 “이건 단순 사기가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과 연계된 조직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톡 투자 사기까지…“고수익 보장” 말에 속지 말자
사칭 전화 외에도, 카카오톡을 이용한 투자 유혹 사례도 확산되고 있다. 한인 P씨는 본지에 “낯선 이가 카카오톡으로 친근하게 접근해 일상 대화를 나누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해외 펀드와 코인을 추천했다”며 “지인 추천이라고 믿고 소액을 투자했다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제보했다.
이들 투자 사기는 특히 은퇴자와 고령층을 주요 표적으로 삼는다. 범죄자들은 일상적인 친분을 쌓은 뒤, 은퇴 자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신뢰를 쌓고, 마침내 ‘고수익’이라는 미끼를 던지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투자 대상은 대부분 실체가 없는 가상 자산이거나, 사기성 펀드였다.
피해자는 ‘당한 사람’이 아니라‘속도록 설계된 사람’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누구든 속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정교한 심리전”이라고 말한다.
전화번호 조작, 실명 언급, 검찰·영사관·여권 정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해 피해자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한 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현금, 암호화폐 송금을 유도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는 인터폴 수배서, 한국 법원 및 검찰 문서까지 위조된 웹사이트가 사용되었으며, 해당 사이트는 실제 기관의 도메인과 유사하게 만들어져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다.
주달라스출장소, 공식 경고
“영사관은 절대 전화로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또한 ‘범죄 연루’, ‘구속영장’, ‘여권 정지’ 같은 민감한 내용은 공식 공문을 통해서만 안내됩니다. 전화나 문자로 이런 말을 들으셨다면 100% 사기입니다.” 박 영사는 “최근 스푸핑 기술로 인해 전화번호조차 조작되기 때문에, 전화가 진짜라고 믿는 것은 위험한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외교부 민원포털(영사민원24) 또는 주달라스출장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위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이렇게 하세요
1. 즉시 전화를 끊는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전화는 절대 응대하지 말고 끊은 후, 공식 기관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2.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문자나 메신저로 보낸 URL은 클릭하지 않는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말 것.
3.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한다.
-주달라스출장소 홈페이지
-주달라스출장소: 972-701-0180 /
-외교부 영사콜센터: 02-3210-0404
(해외: +82-2-3210-0404)
-영사콜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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