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매거진
[경제 전망] 트럼프의 관세 정책 ‘국민 보호’인가 ‘물가 폭탄’인가
페이지 정보
본문
수입품 가격 자극하며 연준
통화정책 제약… 소비자 실질 소득은 뒷걸음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무역 정책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기조 아래 재편해왔다. 특히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 캐나다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해 고율 관세를 연달아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워왔다. 그러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러한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비용 증가로 전가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관세의 경제학: '세금'은 결국 소비자가 낸다
경제학적으로 관세는 정부가 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간접세의 일종이다. 공급망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가격 상승은 도매업자, 유통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를 통해 자국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정책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이 부족하거나 공급망이 복잡한 품목일수록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6월 CPI 보고서에 따르면 장난감(1.8%), 종이제품(1.4%), 가전제품(1.9%) 등 관세 부과 대상 수입 소비재에서 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가전의 경우,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세탁기·건조기에 부과된 관세 이후 가격이 12% 이상 급등했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당시 수입은 줄었지만, 국내 업체들도 이를 기회로 가격을 올리며 '반사 이익'을 취했다.
■ ‘실질 임금 감소’의 그림자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소비자 구매력 약화다. 6월 실질 평균 시급은 0.1% 감소했으며, 평균 주간 임금은 노동시간 축소와 함께 0.4% 하락했다. 생산직 근로자는 이 수치가 0.6%까지 악화됐다. 명목 임금이 오르더라도 물가 상승 폭이 더 크면 체감 소득은 줄어들게 되며, 이는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식료품 물가도 예외가 아니다. 달걀 가격이 7.4% 하락했음에도, 신선 과일·채소(1%), 커피(2.2%), 탄산음료(1.7%) 등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이 전체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칠레산 체리, 과테말라산 바나나, 브라질산 커피 등에 대한 50% 관세 부과 가능성은 향후 더 큰 파급 효과를 예고한다.
■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는 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관세로 인해 공급측 비용이 상승하고, 물가가 자극받는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6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7%로 높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의료 서비스(0.6%), 개인 서비스(0.6%) 등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 역시 관세가 수입 원자재와 기자재를 자극하며 간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병원, 자동차 정비 등도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이 영역까지 ‘관세발 물가 상승’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 월가와 메인스트리트, 상반된 현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는 월가가 아닌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 일반 국민)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소비자는 물가 상승과 실질 소득 감소에 직면하고 있는 반면, 관세 갈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은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의 주식 거래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2분기 JP모건의 주식 거래 수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 정책은 산업별·품목별로 상이한 시차효과를 보인다.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서는 아직 인플레이션 지표가 뚜렷하지 않지만, 공급망 재편 및 대체 수입처 확보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관세의 충격은 점진적이고 누적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 결론: 관세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활을 내세우며 관세를 ‘국가 재건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 상승과 실질 임금 하락, 소비 여력 약화는 관세의 이면에 도사린 역풍을 보여준다. 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예측 불가능한 부담을 안기며, 물가 안정이라는 통화당국의 책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질소득 증가와 생활물가 안정”을 기대했지만, 현 상황은 두 목표 모두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관세는 때로 필요할 수 있으나, 무차별적이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관세 정책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오는 ‘역진적 세금’이 될 수 있다.
정책은 목적만큼이나 수단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관세가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그 타이밍과 대상, 그리고 파급 효과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전제되어야 한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