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역이민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5-04-30 16:45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저는 이 십년만에 아틀란타 옷수선 가게를 접고 수원에 정착했어요, 무엇보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말 때문에 긴장 안 해도 되니 살 것 같네요.


-부럽네요,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역이민은 이왕 하려면 빨리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70 넘어서 오면 여기서도 요양원 신세에요


-서울은 전세라도 너무 비싸던데, 경기도 쪽은 어떤 가요, 한달에 얼마면 살 수 있나요?


이 역이민 카톡방은 오픈 한지 한 달도 안 돼 회원수가 5000명이 넘었다. 이 유튜버는 1.5세 이민자인데 최근의 한국 실정을 중계 한다면서 직접 한국에 가서 몇 달을 살다 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사회보장 시스템이나, 물가, 주거환경, 의료혜택등을 비교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일일이 파 헤쳐서 역이민을 꿈꾸는 이민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요즘은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은퇴를 한 시니어들은 물론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으로 자의반 타의반 역이민을 고려하는 한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실질적인 동기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시니어들 경우는 은퇴를 하면, 일단 한국으로 나가 거소증을 만들고 이중국적을 취득하려는 분들이 많다. 아프고 병들면 한국 의료시스템이 미국보다 낫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평생을 살았어도 언어에서 자유롭지가 않고, 게다가 운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 꼼짝 없이 요양원이나 집에 갇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로움은 덤이고,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방인이라는 의식은 항시 존재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도 미국에서 삼십 년을 사시다, 한국으로 다시 가셨는데,  마음이 편해 지셔서 그런지, 가자마자  고혈압 같은 지병이 사라져서, 모두들 놀랐다. 난 그런 어머니를 보며, 이민자들 DNA 속엔 늘 긴장이  도사리고 있는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유야 어찌 되었건, 우리들 마음 한구석엔 연어처럼 자신이 떠나왔던 곳으로 펄떡 회귀하려는 귀소본능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이민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실패사례도 많은 것 같다.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가서 텃세에 질려 돌아오거나, 비싼 시니어 공동체에 입주했다가, 한국 상류층 노인들  자식 자랑, 과거자랑에 질려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 하거나, 막상 살러 가니 방문할 때와는 또 다른 친지, 친구들 태도, 늘 주변을 의식하고 살아야 되는 불편한 점등이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슬로우 라이프와는 거리가 먼 한국적인 상황도 한 몫을 한다.  우린 2년에 한 번 꼴로 한국을 나가는데, 갈 때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해 있어,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모든 것이 디지탈화 되어 있는데다, 이젠 인공지능 까지 가세해서 느림보 미국생활에 젖어있던 우리로선  여간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다.


역이민을 영어로는 리턴 마이그레이션( Return migration) 이라고 한다. 다시 이민을 간다는 뜻이다. 아무리 내 조국이지만, 다시 이민을 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민 와서 내린 삶의 뿌리를 하루아침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각자 지니고 있는 가치관나  행복한 삶의 기준에 따라 못 할 것도 없다. ‘지브롤터 항해일지’를 쓴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의 말마따나 어차피 인류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문화 2025-05-0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테네시주(Tennessee)를 여행하다 보면 이외의 곳에서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달라스에 사는 많은 이들이 뉴욕의 동부 혹은 아틀란타의 남부로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도로 곳곳에 널린 미국의 유수 관광지나 역…
    문화 2025-05-02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공학 시스템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접근법은 시스템에 입력을 주었을 때 어떤 출력이 나오는지 보는 것이다. 예컨…
    문화 2025-04-30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저는 이 십년만에 아틀란타 옷수선 가게를 접고 수원에 정착했어요, 무엇보다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고, 말 때문에 긴장 안 해도 되니 살 것 같네요.-부럽네요,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역이민은 이왕 하려면 빨리 하는 …
    문화 2025-04-3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2025년이 시작이 된지 어느덧 5월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달라스의 봄은 미국의 어느 곳보다 빨리 찾아와 3월이면 벌써 온 대지에 봄기운이 가득하여 수많은 꽃 축제와 더불어 각종 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시작을 알리곤 합니다. 특히…
    문화 2025-04-30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예전의 텍사스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변덕스럽고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달리다 보니 벌써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5월이면 텍사스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기 가장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곳곳에서는 각종 페스티벌이 우…
    문화 2025-04-18 
     백경혜 수필가가게에 물건이 들어와서 며칠간 바빴다.  오랜만에 들여온 거라 양도 많았고 바뀐 계절에 맞춰 디스플레이도 손봐야 해서 할 일이 많았다. 페덱스 아저씨가 커다란 종이 박스 여러 개를 작은 가게에 쌓아놓고 갔다. 목장갑을 끼면서 박스를 쓱 훑어보았다. 십 년…
    문화 2025-04-18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늘 새로움을 더하는 하루 하루가 우리 앞에 계단을 놓고 있습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비로소 시작되는 텍사스의 무더위는 상쾌한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방금 찬물로 씻은 듯 시원한 미소로 여름을 맞이하기를 구하고 있다. 때로는 헉헉…
    문화 2025-04-11 
    김미희 시인 / 수필가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중얼거린다.“일어나기 싫다. 그냥 이대로… 잠들었으면.”늙어가는 이 나이에 학교 가기 싫어 꾀를 부리는 아이처럼 아직도 월요일 아침마다 이러고 있으니, 나도 참 이상한 아줌마다. 평생을 올빼미처럼 밤에 더 깨어 있는 사…
    문화 2025-04-11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약을 다루는 또 하나의 전문가, 약국 테크니션 (Pharmacy Technician) -12주 단기과정으로 시…
    문화 2025-04-11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2025년이 엊그제 시작이 되는가 싶더니 벌써 4월의 시작점에 와있습니다. 아직은 봄이 채 이른지 쌀쌀한 아침 기운에 살짝은 어깨를 움츠리지만 금세 하늘이 거치며 따스한 텍사스의 햇살이 온 대지에 충만한 생명의 빛을 선사합니다.…
    문화 2025-04-11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문화 2025-04-11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간단한 암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0에서 10을 뺀 다음 5를 또 빼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정답 …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한 무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태양아래 아름다운 짙푸른 초원이 있고 경치 좋은 산을 병풍 삼아 한가롭게 되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메마른 샘에 단비가 내…
    문화 2025-03-28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슬슬 봄의 전령들을 보내고 봄을 예찬하는 노래들이 우리의 입가를 맴돌게 하고 있다. 지난3월초에 달라스 북쪽 오클라호마 주의 치카소(Chikasaw)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
    문화 2025-03-21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