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작가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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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 (시인, 수필가)
지난 5일, 이지원 선생님이 “미주복음방송, 통일의 소리”라는 코너에 남편과 함께 출연해서 우리 책을 소개했다며 단체카톡방에 링크를 올렸다. 궁금해서 ‘바로 듣기’를 클릭했다. 군더더기 없는 화법으로 얼마나 야무지게 말을 잘하시던지, 엄마 미소를 지으며 경청하였다. 2부는 어떻게 진행할지 모르겠으나 1부는 우리 책 소개라기보다는 초대 손님인 그분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흐뭇했던 건 열심히 글을 쓰려한다는 그분의 각오였다. 계속 정진해서 좋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뒤이어 홍일점인 정만진 선생님이 지난 5월 3주간 한국에 다녀왔는데, 그곳에 머무는 동안 교보문고에 들러 우리 책을 찾았다며 책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셨다.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였다. 한국 대형서점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아마도 자전 에세이집 출간하고, 책방에서 내 새끼나 다름없는 책을 만났을 때 느꼈던 기쁨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은 십 년 전, 서울특별시가 주관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게시용 시작품 공모전”에 뽑혀 세 군데 역에 내 시가 전시되었을 때도 그곳에 찾아가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 주셨다. 중요한 순간에 의미 있는 사진으로 기쁨을 선물하는 고마운 분이다.
두 분이 언급하셨던 “우리 책”이란 수필가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7인, 김추산 박인애 백경혜 이지원 전명혜 정만진 정은희 작가가 공동 집필한 수필집이다. 한 권의 책 속에 7권의 미니 수필집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사람이 6편씩 내서 작년 12월, 도서 출판 작가에서 출간했다. 참여 작가들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 제목을 『작가라는 이름으로』 라고 지었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출판사도 작가, 집필진도 작가, 책 제목에도 작가라는 말이 교집합처럼 들어있었다. 추천사는 손홍규 소설가와 유성호 교수님께 부탁드렸는데, 얼마나 정성 들여 써 주셨는지 뭉클하였다. 일부를 적어본다.
결국 이분들은 타자에 대한 사랑과 인류 보편의 언어까지 더해가면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궁극적 존재 전환을 함께 꿈꾸고 있는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한 사람의 이주는 그의 모국 전체가 이주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겠다. 그이들이 타국에서 가꾸어 온 모국어에는 그 나라의 바람 소리도 실려 있다. 그러니 어찌 여기에 실린 일곱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사무치지 않을 수 있을까. - 손홍규(소설가)
미주한국문인협회 김준철 회장이 운영하는 ‘Tree & Moon’이라는 비영리단체가 있다. ‘나무달’은 그분의 외조부이자 국민 시인인 박목월의 호에서 가져왔다. 그곳에서 하는 문학 사업 중 하나가 온라인 아카데미인데, 우리는 ‘박인애의 수필 교실’에서 강사와 수강생이라는 인연으로 만났다. 2022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매주 줌에서 만나 공부했다. 그분 중에는 중앙일보 문화센터에서 강의할 때부터 함께해 온 분도 있다.
참여 작가들이 한국, 엘에이, 뉴욕, 시카고, 휴스턴 등지에 흩어져 살아서 출판기념회를 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이 달라스로 와주었다. 아프다고 나를 배려해 준 모양이다. 마치 화면 속에 있던 사람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혼자서 글을 모아 수필집을 내려면 오래 걸리니 공저라도 한 권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 소망이 이뤄져서 기뻤고, 달라스한인문학회 행사와 북토크를 함께 하니 더없이 좋았다. 지금은 건강 문제로 휴강 중이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모두 등단하고, 책을 내고, 북토크까지 잘 마쳐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으니 다행이다.
작가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수필을 쓰는 작가이고, 표지 그림을 그린 딸은 일러스트를 전공한 작가이다. 우리가 늦은 밤까지 토론하는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이다. 표지처럼 예쁜 4층 집에서 함께 모여 글을 쓰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표지가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 또한 감사하다. 여러 문예지에 책 광고가 실렸고, DK NET “쟈스민의 기분 좋은 날”에서 책 소개와 작품을 읽어 준 덕분에 책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두 분이 우리 책 소식을 단체 카톡에 올리지 않았다면 이글은 서랍 속에 묻혔을 것이다. 글도 때를 놓치면 다시 쓰는 게 어렵다. 뭘 쓰려했는지도 모르겠고, 감정도 그날의 감정이 아니어서 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짧게나마 우리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 감사하다. 아무쪼록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고 싶은, 살아가는, 살아갈 우리와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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