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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글리치'·'슈룹' 여성서사 봇물…"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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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세 자매, 외계인을 쫓는 여성 콤비, 궁궐서 자식을 지키려는 어머니.
20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미스터리, SF 추격극, 사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잇따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종영한 김고은·남지현·박지후 주연의 tvN '작은 아씨들'은 소용돌이치는 사건 속에서 각자의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세 자매라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웠다. 세 자매 뿐만 아니라 악역과 미스터리한 사건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도 모두 여성으로 채웠다.
드라마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면서 사건보다 인물을 부각했다. 미스터리 장르지만, 사건 자체를 파헤치는 것보다 사건이 가진 의미를 곱씹는 데 집중하면서 미스터리 장르의 색다른 매력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4차원 추격극 '글리치'에서는 전여빈과 나나가 엉뚱하고 발랄한 콤비로 '찰떡'같은 호흡을 맞췄다.
지효(전여빈 분)와 보라(나나)가 외계인을 쫓는 과정을 따라가는 드라마는 무모한 상황에 몸개그나 말장난을 섞은 코믹 버디물이다. 그동안 '덤 앤드 더머'로 대표되는 남성 캐릭터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장르다.
지효와 보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대부분 소극적이고 조심성 많은 캐릭터로 그려지던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 달리 불도저처럼 이야기를 박력 있게 끌고 간다. 오히려 주변 남성 캐릭터들이 과하게 신중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15일 시작한 김혜수 주연의 tvN 주말드라마 '슈룹'은 정통 사극이지만 중전과 대비, 후궁들 이야기를 어머니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그동안 궁궐을 배경으로 한 사극이 왕을 중심에 둔 정치싸움이나 왕의 사랑을 주제로 여성 캐릭터를 주변 인물이나 서브주연으로 삼았다면 , '슈룹'은 모성애를 주제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중전과 대비로 각각 분한 김혜수와 김해숙의 팽팽한 대립과 후궁으로 등장한 옥자연, 김가은, 우정원 등의 갈등 구조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기존 사극에선 지고지순하거나 악독한 성품을 지닌 '왕의 여인'들이 등장했지만 이번엔 각자의 서사를 가진 인물로서 역할을 한다.
여성 캐릭터가 뚜렷하게 강세를 보이는 장르도 있다. 바로 법정물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돌풍을 일으킨 박은빈 주연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서현진 주연의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김혜수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모두 여성 법조인 캐릭터가 원톱으로 극을 이끌어 갔다.
과거 법정물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세 편의 드라마는 여성 법조인의 눈을 통해 사건 속 인물들의 처지와 상황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드라마 캐릭터뿐만 아니라 제작진 사이에서도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작가는 여성, 감독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 감독들이 약진하고 있다.
'작은 아씨들'은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드라마 '마더'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와 드라마 '빈센조', '왕이 된 남자' 등을 연출한 김희원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글리치' 연출은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의 노덕 감독이 맡았다.
정서경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20년 전에는 현장에서 소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제가 이야기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다"며 "'작은 아씨들'은 초반부 스태프 70% 정도가 여자였다"고 바뀐 제작 환경을 설명했다.
이어 "(여성 스태프가 많으니)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됐다. 반대로 남자 스태프는 남자들이 많은 현장에서 얼마나 편했을까 싶었다"며 "우리(남녀)가 서로 이해하는 관점을 바꾸고 이해하는 훈련이 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여성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들은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시각을 던지고 있다. 또 이런 작품들은 당분간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황찬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위주로 굳어진 장르에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면 신선한 느낌이 든다"며 "여성 서사를 보면 단순히 권력을 쟁취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의 엇갈린 심리에 좀 더 파고드는 측면이 있고, 미학적인 부분도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2000년대 중반부터 있었지만, 여성 서사의 외피를 쓰고 가부장제나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강조하는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가 많았다"며 "최근 4∼5년 사이 여성 중심의 진취적인 서사가 많이 나오고 있고, 드라마 주시청층이 1030(10∼39세) 여성들인 만큼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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