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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긴장감 넘치는 80대 노인의 친일파 복수극…'리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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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말기 환자 필주(이성민 분)는 점점 떨어지는 기억력에 패밀리 레스토랑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는다.
그런 그에게도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에게 고문당하다 숨진 아버지, 남편의 죽음에 정신을 잃고 돌아가신 어머니, 강제 징용돼 탄광에서 일하다 죽은 형,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누나까지.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모두 잃은 그는 머리가 새하얗게 세어버린 백발의 노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영화 '리멤버'는 기억을 잃어가는 80대 필주가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던 이들을 척살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었던 노인이 복수에 나서는 내용을 그린 캐나다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20대 청년 인규(남주혁)가 필주를 돕는다는 설정을 추가해 원작과 차별화를 뒀다. 전작 '검사외전'(2015)에서 황정민과 강동원의 브로맨스를 그려낸 이일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규와 필주의 호흡을 통해 재미를 준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아르바이트하며 친해진 필주와 인규는 둘만의 인사법이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복수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적절히 활용된다.
80대 노인들의 액션을 긴박감 있게 펼쳐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필주를 비롯한 복수의 대상까지 모두 나이가 든 만큼 이들이 펼치는 액션은 기존 작품의 액션보다 확연히 속도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감독은 인규가 운전하는 빨간 스포츠카, 필주를 쫓는 형사(정만식)를 통해 긴장감을 더해냈다.
50대인 이성민은 목소리와 자세, 걸음걸이까지 연기하며 80대의 필주를 위화감 없이 표현해냈다. 남주혁이 그려낸 20대 청년 인규는 이성민의 연기가 더욱 사실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일제강점기와 복수라는 소재를 결합해 현대 시점으로 극을 끌어온 것은 신선하지만 극의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일본과의 과거 청산 문제를 두고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일각의 주장과 그들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아온 필주의 대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결말에 배치한 반전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도 남긴다.
이 감독은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친일에 대한 문제, 현대 사회에 남아있는 잔재라는 측면을 넘어서서 과연 옳고 그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필주의 사적 복수마저도 옳은 것으로 봐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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