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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강타한 한국 여자핸드볼…체력·스피드·조직력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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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키가 6.4㎝나 작았지만 '하드웨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력·스피드·조직력을 앞세운 태극전사들은 '소프트웨어'로 약점을 극복했다.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단이 '핸드볼 본고장' 유럽에서 핸드볼 강국들을 상대로 쾌조의 8연승을 거두며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김진순(인천비즈니스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자 청소년핸드볼선수권대회 결승전 덴마크와 경기에서 31-28로 이겼다.
이 대회에서 비유럽국가가 우승한 것은 올해 한국이 최초다.
비유럽국가가 4강에 진출한 것도 한국(2022년 우승·2006년 준우승·2016년과 2018년 3위)만 이뤄낸 성과일 정도로 핸드볼은 성별이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유럽 나라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결승전 전날인 10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기사에서 한국에 대해 "개막 전에는 아웃사이더였고, 상대 팀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스위스, 독일,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네덜란드, 스웨덴, 헝가리, 덴마크 등 유럽의 강팀들을 줄줄이 연파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무엇보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체격의 열세가 컸다. 한국의 평균 신장은 168㎝였지만 8강 상대 스웨덴은 175.6㎝, 결승 상대 덴마크는 174.4㎝로 차이가 크게 났다.
체격에 열세 때문에 이날 결승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중거리 슛인 9m 득점 수 2-9로 크게 밀렸지만 스틸 5-0, 속공 2-0 등으로 우리만의 장점을 살렸다.
IHF는 이번 대회 한국 핸드볼에 대해 '빠른 스피드와 많은 패스, 탁월한 리듬과 선수들 간의 조직력'이라고 평가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덴마크와 대회 기간 주요 지표를 비교하면 9m 득점은 30-44로 밀렸지만 속공은 32-19로 앞섰다. 또 어시스트 93-80, 스틸 42-32 등으로 훨씬 많았다.
체력에서도 유럽 선수들을 압도하며 대회 기간 내내 후반에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이날 덴마크와 결승에서 후반 10분이 지날 때까지 2골 차로 끌려갔지만 이후 대반격에 나서 승부를 뒤집었고, 심지어 한 명이 2분간 퇴장을 당한 위기에서도 점수 차를 벌리며 덴마크의 기세를 확실히 꺾었다.
체격과 파워를 앞세운 유럽 스타일의 핸드볼에 익숙했던 현지 유럽 팬들과 심지어 다른 나라 대표팀 선수들도 한국만의 스타일에 매료돼 매 경기 관중석에서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였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민서(황지정산고)는 매 경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김서진(일신여고), 이혜원(대구체고), 차서연(일신여고) 등이 한국 여자 핸드볼의 '리틀 우생순, '유럽 정벌'을 이끌었다.
다만 이들의 경쟁력을 성인 무대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2014년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도 한국이 우승했지만 오히려 2016년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탈락 등 성인 무대로 그 결실이 이어지지 못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최정석 아시아핸드볼연맹 집행위원은 "국내 여자 대학팀이 한국체대 한 곳이라 20세 안팎의 연령대에서 경기력 유지가 쉽지 않다"며 "고교 졸업 후 바로 실업으로 가면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석 위원은 "컵대회 등의 개최나 국제 대회 출전 등을 통해 그 연령대 선수들의 경기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2년 뒤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이 또 북마케도니아에서 열린다.
이번 우승의 주역들이 다시 '약속의 땅' 북마케도니아를 찾게 될 2024년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은 우리 '갓기'(신을 뜻하는 '갓'(God)과 어린 선수들이라는 의미의 '아기'를 합친 신조어)들이 잘 커나가고 있는지를 시험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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