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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은 않았던 로큰롤 황제의 삶…영화 '엘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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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는 트럭을 운전하며 어머니에게 핑크색 캐딜락을 선물하겠다는 꿈을 꾸던 무명 가수였다.
그를 쇼비즈니스 세계로 끌어들여 로큰롤 황제로 만든 인물은 매니저 파커 대령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엘비스의 인생을 조종하고 결국 파국으로 몰아넣은 인물이기도 하다.
원석을 다듬어 탄생한 록스타는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때쯤 음악적 진정성과 비즈니스 세계, 자신의 정체성과 무대 위 가식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록스타의 생애를 다룬 영화에서 사업 수완이 좋은 매니저 또는 프로듀서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영화 속 록스타의 인생은 매니저와 만남·갈등·결별·화해 등 경로를 따른다.
'엘비스'는 이 같은 록스타 전기 영화의 전형을 따른다. 다만 톰 행크스가 연기한 파커 대령의 됨됨이는 여느 매니저보다 훨씬 악독하다. 난쟁이를 데리고 다니며 쇼를 하던 파커 대령은 컨트리 음악 공연사업에 손을 댔다가 엘비스(오스틴 버틀러 분)를 발견하고 '돈 냄새'를 맡는다.
파커 대령은 수십 년 동안 수입의 절반을 떼가고 모범적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군대에 보내는가 하면, 관계가 틀어지자 수백만 달러의 비용을 청구한다.
그는 엘비스의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백인 소녀들의 눈빛에서 성공을 직감한다. 팬들은 엘비스의 외설적 춤동작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엘비스가 일으킨 센세이션과 그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백인 보수층의 분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러나 엘비스에게 다리를 떠는 춤동작은 비즈니스 수단이 아닌 정체성의 표현이었다. 영화는 소년 엘비스가 흑인들만 모인 부흥회에서 일종의 영적 체험을 하는 장면과 청년 엘비스의 열정적 공연 장면을 나란히 보여준다.
마틴 루서 킹과 로버트 케네디 암살 사건이 발생한 1968년 엘비스는 30대 초반이었다. 그즈음 완성된 엘비스의 자아를 '히피에 물들었다'며 깎아내린 이유는 물론 자신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종종 독백하는 파커 대령 시선으로 엘비스의 삶을 재구성한다. 록 음악 역사에서 엘비스의 명성과 영향력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서는 곡절을 담은 노랫말이 그의 인생 궤적을 이해하는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종분리 시대에 '골반 엘비스'(Elvis the Pelvis)라는 멸칭과 함께 얻은 퇴폐·반항적 이미지와 달리, 젊은 시절 엘비스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어머니를 끔찍이 챙기는 모범 청년이었다.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한 배즈 루어먼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 루즈'(2001), '위대한 개츠비'(2013) 등에서 고전과 현대를 오가며 음악을 스크린에 풀어놓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의 록스타를 주인공 삼은 '엘비스'는 화면을 두세 개로 나누거나 만화 컷을 끌어들이는 화려한 편집으로 MTV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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