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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여운 남긴 '우리들의 블루스' 영희…다운증후군 배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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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특별한 건 맞다. 영희는 특별히 이상하고, 특별히 못났고, 특별히 나를 힘들게 만드니까."(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의 대사)
따뜻한 감성으로 안방극장에 힐링을 전하고 있는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특별한 인물이 등장했다. 육지에서 물질하러 내려온 해녀 영옥(한지민 분)의 쌍둥이 언니 영희다.
영희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다. 극 중 배역도 그렇고, 영희를 연기한 배우 겸 작가 정은혜도 그렇다.
TV 드라마에는 종종 장애가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일은 드물다.
빽빽한 촬영 스케줄 속에서 정해진 대본에 감정이입을 하고, 상대역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연기는 베테랑 배우도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은혜는 전문 배우가 아니다. 캐리커처를 그리는 작가로 2019년 KBS '사랑의 가족' 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고, 전시회를 개최하며 종종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린 캐리커처 인물만 4천명이 넘는다.
제작진도 처음부터 정은혜를 배우로 섭외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자료조사차 정은혜를 만났는데, 점점 교감이 쌓이면서 출연을 제안하게 됐다고 했다.
정은혜가 직접 연기를 하기로 결정된 이후에는 대본도 가상의 설정보다는 정은혜가 본래 자신을 연기할 수 있도록 정은혜의 원래 모습을 살리는 방향으로 집필했다.
옴니버스 형식인 이 드라마에서 정은혜가 출연하는 에피소드는 '영옥과 정준'편이다.
진지한 관계를 두려워하는 영옥과 그런 영옥을 좋아하는 정준(김우빈) 사이에 불쑥 나타난 존재가 영희다. 영옥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며 바다에서 욕심 내 전복을 따던 이유이자 시시때때로 영옥에게 걸려오던 수상한 전화의 주인공이다.
지난주 방송된 14화에는 남들과는 다른 생김새의 영희를 본 사람들이 순간 당황한 표정들, 그런 상황이 불편하기만 한 영옥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은혜는 실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영희로 분해 이런 모습들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또 정은혜는 장애인증을 목에 걸고 혼자 비행기에 타는 장면부터 생선 손질을 하는 푸릉마을 주민들 사이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까지 어색함 없이 연기해내 호평을 받았다.
방송이 나가고 정은혜가 일상과 작품 활동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에는 "연기도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제 동생도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데 보면서 많은 힘이 된다" 등 응원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정은혜 역시 가족들과 함께 자신이 출연한 방송분을 봤고,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어 펑펑 울었다고 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드라마에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겪는 고충도 현실감 있게 담겨있다.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영희의 보호자가 된 영옥은 그의 등장이 영 불편하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지하철에 영희를 두고 내린 이야기가 나오며 "그때 버렸어야 했나"라는 독백 대사가 깔리기도 한다.
시설에 영희를 맡겨두고 돈을 벌러 간다던 영옥은 자주 보러 오겠다고 했지만, 두 달에 한 번 찾아가던 게 반년으로 그러다 1년, 2년으로 발길이 갈수록 뜸해졌다.
그렇다고 영옥이 영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꿈을 포기한 영옥에게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랑이 느껴진다. "죽을 때까지 영희 부양은 내가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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