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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유희관 은퇴 선언 "저, 성공한 선수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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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0㎞대의 느린 직구로도 개인 통산 '101승'의 금자탑을 쌓은 유희관(36)이 정든 마운드를 떠난다.
유희관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민 끝에 현역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도 "유희관이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유희관은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2011·2012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두산 선수'로 살았다.
두산 구단은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지만, 승수를 쌓아가며 KBO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시속 120∼130㎞대 몸쪽 직구와 120㎞ 초반 바깥쪽 싱커의 절묘한 배합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유희관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유희관은 올 시즌까지 1군에서 개인 통산 281경기에 출전해 1천410이닝을 던져 101승 69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8을 올렸다.
유희관은 "성적이 좋을 때나 부진할 때,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모든 팬께 감사하다"며 "2021시즌이 끝난 뒤 고민을 많이 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잘 성장해 베어스의 밝은 미래를 열었으면 한다. 마운드에서는 내려왔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베어스를 응원하겠다"며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구단주님,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프런트, 동료들, 모든 팬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모두가 인정하는 '두산 왕조의 주역'이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두산 왼손 투수 최초로 100승 고지도 밟았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이강철 kt wiz 감독과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 장원준(두산), 유희관 등 KBO리그에서 단 4명만 달성한 기록이다.
유희관이 '느린 공'으로 승수를 쌓는 동안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1년)에 진출하고, 세 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했다.
유희관은 대졸 출신이고, 붙박이 1군 투수가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30대 중반인 2020시즌 종료 뒤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나이'는 계약에 걸림돌이 됐고, 유희관은 2021년 2월 1년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 등 총 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유희관은 2022년 개인 통산 100승을 채우긴 했지만,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021시즌이 종료된 후 "명예 회복을 하고 은퇴하고 싶다"고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냈던 유희관은 고민 끝에 은퇴를 택했다.
유희관은 "아쉬움은 크지만…"이라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래도 느린 공으로 이 정도 버텼으니, 내 야구 인생은 성공한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그는 "아직 은퇴 후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어떤 일을 하건, 팬과 동료, 구단, 코칭스태프를 향한 고마움은 잊지 않겠다"고 했다.
유희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을 위한 작별 인사도 했다.
그는 "유니폼을 벗는 이 순간까지도 은퇴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최강 10번 타자 팬 여러분,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과 질타해 주셔서 감사했다. 다시는 마운드에서 여러분의 함성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나를 응원해 주시고 미워하셨던 다른 구단 야구팬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썼다.
유희관은 20일 오후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던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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