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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결투 속 '진짜 용사'는 여성이었다…영화 '라스트 듀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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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긴 눈발이 흩날리는 14세기 프랑스의 한 결투장. 말을 탄 남자 두 명이 서로를 향해 창끝을 겨눈다.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선 이들은 한때 절친했던 장(맷 데이먼)과 자크(아담 드라이버)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실제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결투 재판'을 모티프로 했다. 결투를 벌이게 된 과정을 장, 자크 그리고 장의 아내 마르그리트(조디 코머) 시선으로 각각 1∼3장에 담았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 사건을 두고 세 사람의 기억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1장 '장이 말하는 진실'에서 자크는 마르그리트를 강제로 욕보였고 장은 아내를 위해 황제에게 결투 재판까지 신청한 용감한 남자다.
그러나 자크의 기억을 되짚은 2장 '자크가 말하는 진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크는 마르그리트가 매력적인 자신에게 호감을 느꼈으며 잠자리 또한 마르그리트가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약간의 반항을 했을 뿐 '합의된 관계'였다고 기억한다.
여기까지만 본 관객은 무엇이 진실인가를 두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3장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을 보면 수수께끼는 풀린다.
마르그리트는 자크에게 명백하게 강간당했고, 장은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투심 때문에 자크에게 대항한 것이다.
장과 자크는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지만, 여성 특히 마르그리트를 사물처럼 여기는 태도만큼은 같다. 장은 아들을 낳아줄 도구로, 자크는 육욕을 풀 도구로 삼는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남성들을 위한 도구로만 남지 않는다. 침묵하는 대신 강간당한 사실을 알리기로 마음먹고 자크를 고소한다. 거짓을 말할 경우 화형에 처할 것이라는 황제의 말에 떨면서도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결투하는 어리석은 남성들, 진실을 밝히려 불구덩이를 마다치 않은 여성. 영화 제목이 말하는 '최후의 결투'에서 진짜 용사는 장도 자크도 아닌 마르그리트가 아닐까.
물론 영화 안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이를 향한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극 전개 내내 여성 혐오적이고 적나라한 장면들도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을 수 있다.
1∼3장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조디 코머는 남편에게 충실한 아내였다가, 매력을 흩뿌리는 귀부인이었다가,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마르그리트를 변주하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끈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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