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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포근해지는 한인 모자 이야기…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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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동현'과 함께 세상에 남겨진 '소영'은 1990년 모든 게 낯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며 동현을 키우지만,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생활은 녹록지 않다. 공장에서 성적 괴롭힘을 하는 남성에게 공개 경고하며 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학교에서 '눈 찢어진 애'라고 놀림을 받는 아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동현은 어느덧 청소년으로 자라고 이제는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편한 아이가 된다. 소영은 아들과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몸마저 아프게 되자 그간 잊고 지냈던 특별한 여행을 동현에게 제안한다.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새로운 삶을 위해 이국땅으로 이민을 떠난 한인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한없이 애틋한 한인 모자 가정, 이민자로서 겪는 차별, 현실과 본래 뿌리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캐나다와 한국의 강원도를 배경으로 삼았다. 16㎜ 필름 카메라에 담긴 풍광은 필름 특유의 질감을 드러내며 작품을 보는 이에게 향수를 불러온다. 그것은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자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아 온 어린 시절 집에 대한 추억이다.
영화는 작품 속 동현처럼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앤서니 심 감독의 반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심 감독은 성장 과정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며 한국인임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했으나 동시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자신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다 또렷이 돌아보게 됐고, 한국인이자 캐나다인으로서 충돌하는 문화 속에 자란 자신이 누구인지 바라볼 수 있었다.
심 감독은 저예산 영화인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연출은 물론 각본, 제작, 편집, 배우 등 '1인 5역'을 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소영에게 구애하는 한인 입양아 출신의 직장 동료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30일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어린 시절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고 자랐는데, 이런 영화 속에서 아시아 여성은 조용하거나 약하고, 아니면 쿵후를 하는 다른 스타일로만 묘사가 됐다"며 "강하지만 약하기도 하고,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한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엄마 '소영'역은 신인 배우 최승윤이 맡았다. 무용가 출신인 최승윤은 장편영화 데뷔작임에도 감정 연기가 안정적이면서도 탄탄하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토론토영화제에서 '2022 최고의 캐나다 영화'에 선정되는 등 세계 영화제와 비평가협회로부터 호평받았다.
최승윤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작은 독립영화가 전 세계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관객을 만나 신기하고 좋았다"며 "한국 관객분들 앞에 선 지금이 가장 떨리고 너무 감사하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4월 19일 개봉.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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