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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영화 '멍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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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유연석·차태현이 주연한 '멍뭉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반려견을 입양 보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판사 직원 민수(유연석 분)에게 정시 퇴근은 생명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5시 59분이 되면 그의 시선은 째깍대는 초침에, 손가락은 컴퓨터 전원 버튼 위에 있다.
그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는 반려견 루니. 일하는 동안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렸을 루니를 위해 민수는 회사부터 집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민수는 루니와 더는 함께하지 못할 위기에 놓인다. 결혼할 여자친구에게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민수는 사촌 형 진국(차태현)과 함께 자신만큼 루니를 사랑해줄 반려인을 찾으러 나선다.
영화는 민수와 진국이 루니의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냈다. 최종 목적지는 제주도. 루니에게 적합한 반려인을 찾는 데 실패한 두 사람은 진국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발견한 게시물을 나침반 삼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아민(김유정)을 만나기 위해 제주로 향한다.
김주환 감독은 이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게 그려냈다. 두 사람이 새 반려인 후보를 만나는 매 장면에는 박진주, 태원석, 류수영, 김지영 등이 카메오로 등장한다. 이들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다.
결벽증이 있는 입양 희망자를 통해서는 반려동물은 장식용 소품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 달 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잊지 못한 한 소년과 민수의 대화에서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상황을 올바르게 마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또 두 사람이 유기견보호소를 찾는 장면에서는 보호소의 열악한 실태와 견종이 섞인 '믹스견'의 입양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가감 없이 전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반려동물은 소중한 생명이며 가족의 일원이라는 교훈이 담긴 셈이다.
다소 지나치게 교훈적인 느낌과 모든 인물이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마냥 선하게 그려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강아지들이 뿜어내는 귀여움은 이러한 아쉬움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민수·진국은 루니의 새 가족을 찾는 과정에서 새로운 강아지를 계속 만난다. 진국의 작은아버지(강신일)가 키우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레이, 박스에 담겨 유기된 강아지 네 마리, 유기견 센터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해있던 토르, 민박집에서 데려온 공주까지 총 일곱 마리다.
이들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주인공인 루니는 멀리서 들려오는 민수의 발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반가운 표정을, 오랜 시간 반려인을 보지 못한 장면에서는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놀라울 정도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세상을 떠난 자신의 반려견을 생각하며 각본을 썼다는 김 감독, 반려인 경험이 있는 두 주연과 특별출연 배우들까지. 작품을 만든 이들이 주는 진정성은 '멍뭉이'가 가진 또 하나의 힘이다.
민수 역을 맡은 유연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예전에 떠나보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반려견을 보내는 과정이 너무 힘든 걸 아니까 독립한 뒤로는 혼자 강아지를 키우지 않고 있었는데 영화 작업을 한 뒤에 리타라는 유기견을 입양하게 됐다"며 "한 마리라도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주환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이런 이야기로 상업성, 대중성을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반려견을 바라보는 마음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내달 1일 개봉. 112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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