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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소희같은 아이들이 덜 아팠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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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를 찍고서 (영화 속) 소희 양과 같은 처지에 있지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은 분들에게 고맙더라고요.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를 할 수 있었으면…"
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의 큰 눈망울에서는 이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배두나는 눈물을 닦아내고서야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어요."
영화 '다음 소희'는 2016년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여고생의 죽음을 바탕에 둔 작품이다. 부당대우와 감정노동에 혹사당하던 여고생 소희는 심리적으로 고립돼가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배두나는 극 중에서 여고생 사망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는 형사 유진을 연기했다. 평소에는 말수가 적고, 인간관계도 서툰 유진이지만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 앞에 감정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는 '학생 하나 죽은 게 대수냐'는 형사과장 말에 주먹을 날리고, '적당히 합시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장학사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배두나는 작품 촬영 때 차올랐던 감정 탓인지 눈물로 상기된 표정을 애써 가라앉히며 영화에 참여한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우리 때보다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서요. 아이들 얘기, 이런 문제를 다룬 얘기에는 꼭 참여하려고 해요. 아이들은 우리보다 약하고 모르니까요."
'다음 소희'는 정주리 감독이 '도희야'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도희야' 이후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던 정 감독은 어느 날 '다음 소희'의 시나리오를 들고 배두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들고 온 시나리오를 처음 읽어보고서 작품의 소재, 주제 의식 등에 모두 매료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보통 배우는 촬영과정에만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음 소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님과 현장을 지켰다고 해야 할 거 같아요. 감독님은 고집스럽고, 이런 점이 믿음직스러워요. 너무 멋있습니다."
배두나는 주인공 소희로 분한 신예 김시은을 두고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다음 소희'는 소희의 죽음과 사망사건의 원인을 찾아가는 형사 유진의 수사가 1·2부 방식으로 나눠 전개된다.
이런 탓에 두 배우는 극 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배두나는 현장에서 연기하는 김시은을 유심히 지켜봤고, 카메라 앞에서 떨림 없이 감정몰입을 하는 후배를 보고 놀랐다고 했다.
"너무 깜짝 놀랐어요. 영화를 처음 찍는 친구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구나, 당차구나' 했어요. 그 친구 연기하는 것을 보고서 확신이 왔지요. 이 영화 좋다고 말이죠."
1998년 모델로 데뷔한 배두나는 그간 '복수는 나의 것'(2002), '괴물'(2006), '코리아'(2012), '킹덤'(2018), '브로커'(2022) 등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20년 넘게 촬영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유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꼽았다.
"아직도 세트장에 들어설 때면 제가 너무 멋있어요. (웃음) 여기서 아직도 일하고 있다는 게 멋있게 생각되고 뿌듯하고 기특합니다. 열심히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 배우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현장에 오래 있었던 만큼 연출에도 욕심을 내 볼 법하지만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글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는 어렸을 때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고, 생각하는 게 많아져서 이걸 한번 표현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직 시작은 안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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