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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린' 이동휘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인물에 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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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속 준호(이동휘 분)는 공시생의 탈을 쓴 백수다.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보다 수건을 개키는 데 집중하고, 불량 학생들에게 훈계를 두는 척하며 담배를 빼앗아 핀다.
연애하기에도 좋은 상대는 아니다. 친구를 집에 불러 게임을 하면서 도서관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여자친구가 화를 내자 '돈 낸다고 유세 떤다'며 되레 목소리를 높인다.
3일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휘는 "준호는 정말 납득이 안 가는 인물"이라며 웃었다.
"저는 하루도 가만히 못 있어요. 일이 없을 때도 일요일 하루 빼고는 매일같이 영화사에 가서 프로필을 돌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준호는 정말 납득이 안 가는 인물인 거죠."
그러면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인물에 끌리는 것 같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저는 이 사람은 나랑 똑같고, 나였어도 이렇겠다 싶은 걸 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항상 의구심이 들었어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연기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끔 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도 있지만 도전 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장기연애 커플인 준호와 아영(정은채)의 이별을 그린다. 대책 없이 여유로운 준호의 모습에 질려버린 아영과 배려가 부족한 아영에게 화가 난 준호는 결국 헤어짐을 택한다.
이동휘는 "준호는 (상대에게) 더는 뭔가 해줄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무기력함을 느꼈을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아영이를 보내줘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많은 커플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경제적인 문제와 현실의 벽이죠. 많은 분이 경험하셨을 거로 생각해요.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한 장면이라도 '내 것(얘기)이다'라는 체험을 한다면 감독님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라며 "소소해 보이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다. 자극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이런 '슴슴한' 맛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정은채에 대해서는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는 분이고,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현실적인 준호의 모습과 이국적인 느낌이 만났을 때 생기는 생소함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극중 이동휘는 어떤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나타나 현실감을 더욱 높였다. 그는 "예전부터 (민낯으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배우로서 멋있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보여야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인물, 인간으로서 보이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프랜시스 맥도먼드, 대니얼 데이 루이스, 윌럼 더포 같은 분들을 보면 정말 그냥 그 인물처럼 보이거든요. 저도 어느 시점이 오면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소위 말해서 상업적인 작품을 할 때는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뿐이죠."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그는 "'국도극장'(2020) 이후로 사람 이야기에 굉장히 관심이 커졌다"면서 "모든 관객에게 '다재다능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가 만들어질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사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기적 그 자체거든요. '응답하라 1988'이나 '극한직업'처럼 사랑받는 작품에 얼굴을 비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도요. 10년 정도 일해보니까 묵묵히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어요. 앞으로 10년, 20년 꾸준히 제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실한 배우였구나' 정도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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