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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는 필요 없어"…'센 언니들'이 안방극장 휘어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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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산길에서 홀로 산딸기를 따고 있는 소녀에게 백마 탄 왕자가 다가온다. 도움을 청할 것처럼 왕자를 올려다보던 소녀는 갑자기 숨겨뒀던 칼을 꺼내 휘두르며 이렇게 말한다. "왜? 다른 여자애들이랑 달라서 놀랐니?"
현재 방송 중인 JTBC 주말드라마 '대행사'는 여전사 트레이닝 게임 광고로 포문을 열었다. 광고를 기획한 여자 주인공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은 다른 작품의 여주인공들과 다르다는 것을 예고한다.
'신데렐라 스타일 여자 주인공'은 이제 옛말이다. 능력 있고 야망 있는 '센 언니'들이 올해 안방극장을 휘어잡는다.
7일 시작한 주말드라마 '대행사'는 대기업 광고대행사 VC그룹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임원이 된 고아인이 최고의 지위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보영이 대기업 광고대행사 VC기획에서 제작2팀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고아인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시청자들은 고아인이 지방대학 출신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며 분노한다. 또 차별에 맞서 분투하는 그를 응원하게 된다.
다음 달 10일 파트2의 시작을 예고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도 독하고 전투적인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선다.
송혜교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 역을 맡아 가해자들을 한 명씩 처절하게 처단한다.
복수에 대한 집념에 사로잡힌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은 안중에 없다. 문동은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여자가 주인공이더라도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 흥행 성적만 봐도 한국 드라마 소비 시장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은 주체적인 여자 주인공을 내세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 '더 킹'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지 않았느냐"고 예를 들었다.
'드라마의 여왕' 김희애와 이영애는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역할을 꿰찼다.
김희애는 새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에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귀재 황도희 역할을 맡는다.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노동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든다.
이영애는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여성 지휘자로 변신한다. 내일은 없는 듯 과감하고 열정적으로 달려온 덕분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위치에 오른 캐릭터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며 자신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어떤 플랫폼에서 언제 방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배우 김서형도 ENA 드라마 '종이달'에서 서스펜스를 이끈다.
남편과의 불화를 견디며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가 은행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던 중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대행사'의 뒤를 이어 방영될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아줌마의 성장기'를 표방한다. 엄정화는 남편의 배신을 계기로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전공의(레지던트)로 인생 항로를 바꾼 차정숙을 연기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게 된 건 드라마 주 시청층인 여성들의 로망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여성들은 '신데렐라'를 꿈꾸기보다 본인 능력으로 사회적인 편견과 억압을 극복해 성취를 누리려고 한다"며 "드라마 작품들도 이런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변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성 서사 작품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슈룹', '작은 아씨들' 모두 응원하고 싶은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이었다.
새해 들어 주목받는 안방극장 주인공들은 더 강하고 독하다는 게 특징이다. 여성 서사를 내세운 작품 수도 확연히 늘어났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 서사 작품들이 주목받으면서 최근에는 더 과감한 투자가 보이고 있다"며 "티켓 파워가 있는 중견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사를 붙여가는 작업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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