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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아날로그의 진수…애니 '엄마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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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스톱모션 형식으로 장편이 만들어진 건 '콩쥐 팥쥐'(1977) 이후 45년 만이다.
손으로 하나하나 칠한 세트 위에 한 땀 한 땀 만든 인형을 움직여 촬영한 이 작품은 다른 3D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 매력'으로 69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최근 전화로 만난 박재범 감독은 "(스톱모션 애니를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바보같이 봤다"면서 "저는 이상하게 청개구리 같은 성향이 있는지 남들이 다 하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은 한국 영화시장의 1∼2%밖에 안 돼요. 그마저도 극장에 걸리는 작품은 유아용이 많고요. 스톱모션은 그 작다는 애니메이션 시장 안에서도 더 작죠. 스톱모션으로 장편을 만든다는 건 되게 무모한 일이다 보니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었죠. 혹여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작업이 되더라도 '이 가치를 알아봐 주고 공감해주실 분이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엄마의 땅'을 완성하기까지는 총 2만8천440시간이 걸렸다. 1천185일, 약 3년 3개월을 투자한 셈이다.
박 감독은 "엄청나게 긴 작업시간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픽사나 디즈니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거의 300∼400명의 제작 인원이 투입돼 최고 5년이 걸리는데, 우리 작품은 25∼30명의 제작진이 3년간 만든 작은 규모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적은 예산 탓에 제작 기간을 줄이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고 회상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릭터와 세트를 제작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가지고 바로바로 촬영에 들어갔죠. 개봉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져요."
반세기 만에 나온 한국 스톱모션 장편 애니메이션이지만 '엄마의 땅'에서는 '한국적'이라고 할만한 요소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유목하며 살아가는 예이츠 부족 소녀 그리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엄마를 위해 전설 속의 붉은 곰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안에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들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이들의 갈등이 담겨 있다.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거기서 느껴졌던 순수함과 따뜻함이 있었어요. 그게 스톱모션의 아날로그함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했고요. 한국 사람이면 한국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애니메이션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국가 간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한국적인 걸 해야 하나 고민도 있었지만 '최후의 툰드라' PD님께서 '결국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더라'고 하시는 걸 듣고 용기를 얻었죠."
박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연이나 가족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단편 '더미: 노 웨이 아웃'(2015), '빅 피쉬'(2017), '스네일 맨'(2019),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2021) 등 전작에서도 스톱모션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스톱모션만의 우연성이나 어떻게 보면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좋다"면서 "직접 손으로 만들고 채색하고 그걸 움직여서 이야기를 불어넣는 작업에서 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도 그것만의 감성이 있고, 원초적인 힘이 있듯이 저도 스톱모션이 가진 매력을 계속 확장해가고 싶어요. 해외에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다시 주목받는 추세예요.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이나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같은 작품도 나오고 있고요. 한국에서도 분명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재능있는 분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프로덕션을 만들어보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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