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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뜨겁고 차가운 경기 체감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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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연착륙 낙관
미국 경제의 경착륙, 즉 불경기의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학자 66명을 상대로 3분기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제가 향후 1년간 불경기에 빠질 가능성은 줄고 물가는 계속 진정세를 보이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고 전했다.
반면에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은 4% 초반에서 중반으로 소폭 올라가고 경제 성장률은 2%대 후반에서 내년에는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의 향후 1년간 불경기 가능성은 현재 30%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25%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기마다 60여명의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미국 경제 전망치를 조사하고 있는데 10월 조사에선 일부 냉각이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급격한 변화를 겪는 하드 랜딩, 즉 경착륙이나 불경기 우려가 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위클리 비즈가 최근 글로벌 금융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미국 경제를 긴급 진단하는 설문을 한 결과도 비슷했다. 10명 중 9명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필립 칼슨슬레작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간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이어졌지만 이는 ‘잘못된 경보’였다”며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이란 길목에서 다소 흔들리곤 하지만, 길을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많았다. 통상 물가가 안정을 찾고, 성장률이 둔화하더라도 경기 침체에 이르지는 않는 상황을 연착륙 혹은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라고 한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연착륙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며 “과거보다 취약해진 것은 맞지만 소비 수준이나 노동시장 상황이 ‘미국 경제가 벙커에 빠졌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로널드 템플 라자드 수석시장전략가는 “앞으로 12~18개월 이내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낮다”고 했고,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센터장도 “2025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이 설문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미 경제에 대한 밝은 전망에 무게를 뒀지만,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미셸 플라크만 로베코자산운용 글로벌주식 총괄은 “저소득 소비자 등 미국 경제의 일부는 이미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며 “연준이 이러한 상황을 늦게 인식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전문가들조차 “침체를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칼슨슬레작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은 결코 ‘제로(0)’가 아니다”며 “침체 발생 가능성을 20%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위험 요인들도 적잖다. 도버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위기나 예상하지 못한 금융권 부채 위기가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동에서 전쟁이 격화하면서 유가가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치솟거나,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금융권 위기로 이어지는 등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경제가 갑작스럽게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랜딩 신호에도 소비자는 적신호
최근 나오는 경제 지표나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의 예상을 종합하자면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호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의 빚 부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연방은행이 공개한 소비자 기대 설문조사 결과 올해 9월 기준 향후 3개월 이내에 대출 원리금 등을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질 것 같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14.2%로 나타났다. 2020년 4월 이후 4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체에 빠질 것 같다고 응답한 비중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40~60세 중년층과 연간 가계 소득이 10만달러를 초과하는 계층에서 이 같은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뉴욕연은은 “높아진 연체 전망은 그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가계 부담이 늘며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 혜택을 누린 가계와 그러지 않은 가계 간 격차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노 랜딩’까지 점쳐지지만 가계의 빚 부담엔 이미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앞서 발표된 뉴욕연은의 가계신용 보고서도 2분기 미국 신용카드 부채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억달러(5.8%) 늘어난 1조14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도 9.1%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시건 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 감정 지수, University of Michigan Consumer Sentiment Index도 10월에 68.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달인 9월의 70.1에 비해 1.2p 하락했다.
주요 지표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거의 다 잡혔다는 데 실제 소비자들은 체감적으로는 여전히 물가가 내려갔다는 사실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ABC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미국 성인 59%는 경제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반대로 경제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에릭 놀랜드 CME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가계의 재정 압박으로 소비 침체가 가시화하고 있고 침체의 전조 지표인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도 장기간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예금 감소와 임대료, 자동차 수리비, 보험료 등의 증가로 굉장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며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개인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AP 통신은 최근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소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National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NFIB), 전국 독립 비즈니스 연합에서 발표한 9월 낙관지수는 0.3p 상승해서 91.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독립 비즈니스 연합의 9월 불확실성 지수는 11p나 오른 103으로 역대 최고치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고 고용시장도 견실해 보이지만 중소기업, 특히 소규모 사업주들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직원 월급과 렌트비, 기타 비용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며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다.
빌 던켈버그 전국 독립 비즈니스 연합(NFIB) 수석 경제학자는 소규모 사업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고 느끼고 있어 매우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며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에 대한 체감 온도와 분석, 예측이 전혀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예측이 맞을까?
동시간 대에 경기에 대해 느끼는 정도가 크게 다른 것은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10월 발표된 대형 은행들의 실적은 훌륭했고 AI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소매업자들은 눈에 띄게 매상이 줄었다고 하소연을 한지 한참 되었다. 빅컷의 금리인하가 실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그간 또 대선, 전쟁 등 어떠한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 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시대적 흐름을 볼 때에 간과하면 안될 것은 AI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주로 순수학문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상도 올해는 과학 부문에서 AI가 휩쓸었다는 것은 이미 AI가 일상에 깊숙히 침투했다는 의미이다.
경기침체라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변화에 의한 사양산업 분야이기에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 분야의 기업은 좋은 실적을 내고,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진단하는 기사가 넘쳐나도, 특정 산업과 대기업이 유리한 시대적 흐름과 환경에서 개인과 소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기에 대한 체감 온도와 예측이 저마다 판이한 AI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현실을 파악하고 제대로 분석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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