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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AI 공포와 감원 쓰나미… “화이트칼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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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노동자들이 ‘이직’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2025년에 닥친 감원 폭풍은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유통업체, 로지스틱스 등 전분야에서 불어 닥쳤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재도 오피스 공기는 묘하게 무겁다. 오피스 직원들의 메신저 창에는 채용 공고보다 “조직 재정비”, “효율화”, “구조조정” 같은 단어가 더 자주 떠오른다. 여기에 “AI가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CEO들의 경고까지 겹치며,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자리 안전망이 눈에 띄게 느슨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는 그 불안을 부추겼다. 실업률이 4%대 중반으로 올라섰고, 특히 정보(IT·미디어 등)와 금융 같은 오피스 직군 비중이 큰 산업에서 고용이 줄었다는 신호가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해고” 그 자체보다, 한 번 일자리를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서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체감이다.
“불확실성의 순간”… 6자리 연봉 부부도 흔들렸다
시카고에 사는 42세의 사라 랜드는 작년 봄에 대학 커뮤니케이션 직무에서 해고됐다. 비슷한 시기 남편도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에서 직장을 잃었다. 두 사람 모두 6자리 연봉을 받던 맞벌이였다. 하지만 해고 이후 생활은 빠르게 ‘긴축’ 모드로 전환됐다.
컨설팅 일을 시작했지만 수입은 과거의 3분의 1 수준, 아이 둘을 돌보던 베이비시터 시간은 줄였고, 은퇴연금 납입은 잠시 멈췄다. 두 대이던 차는 한 대로 줄였다. 그녀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구직의 방식이다.
2022년엔 “연봉이 오르는 승진 이직”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맥 연결 없는 지원서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면접을 보더라도 채용 과정은 몇 달씩 길어지고, 기업은 “한 사람이 세 사람 몫”을 해내길 요구한다.
그녀는 “예전엔 옮기면 레벨업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지금은 현상 유지라도 하면 다행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학위 프리미엄’의 균열: 더 배운 사람이 더 불안해졌다
흥미로운 변화는 불안의 중심이 오히려 ‘고학력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졸 이상 직장인들이 향후 1년 내 실직 확률을 더 높게 인식하고, 실직 시 3개월 내 재취업 가능성을 더 낮게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학력이 높을수록 “시장에서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는 믿음이 강했지만, 지금은 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물론 통계상 대졸 이상 실업률 자체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감정은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화이트칼라의 심리적 안정감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줄이고, AI는 왜 더 무섭게 느껴질까
이번 불안은 단순히 경기 사이클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쌓였다.
팬데믹 이후 과잉 채용의 ‘정산’코로나 이후 수요 폭증을 대비해 인력을 공격적으로 뽑았던 기업들이 이제 비용을 재조정하고 있다. 채용의 ‘조용한 냉각’
대규모 해고보다 더 체감이 큰 건 “안 뽑는다”는 분위기다. 공고 수가 줄고, 자리가 나도 내부 전환·겸직으로 버틴다. AI가 건드리는 영역이 하필 ‘사무직’
AI는 제조 현장의 손발보다, 오히려 보고서 작성·분석·기획·마케팅 문서·코딩·고객응대 같은 오피스 업무의 핵심 조각들을 빠르게 자동화한다. “내가 하던 일의 30%가 줄어든다”는 감각은 곧 “다음은 50%일 수도 있다”는 공포로 번진다. 물가·주거비의 압박이 불안을 증폭
실직이 두려운 이유는 단순히 자존감이 아니라, 월세·모기지·보험료·육아비 등 ‘고정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소득이 흔들리면 생활이 바로 무너질 수 있다는 감각이 불안을 키운다.
이직이 멈췄다: “움직이는 게 위험한 시대”
한때 화이트칼라의 미덕은 ‘유연한 이동성’이었다. 더 좋은 팀, 더 좋은 타이틀, 더 높은 연봉을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이 안전”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특히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는 국면에서는, 새 직장으로 옮겨도 수습 기간·조직 개편의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생긴다.
‘이직 프리미엄’이 약해지면 무엇이 바뀔까.
개인의 커리어는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기업은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며,
사회 전체로는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다. 실제로 소비자 심리지표가 바닥권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이 불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정서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을 앞둔 화이트칼라의 생존 공식
이런 국면에서 직장인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는 구체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AI를 ‘경쟁자’가 아니라 ‘업무 파트너’로 선점하기회사가 “AI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후자는 구조조정에서 더 취약해진다. 핵심은 코딩이 아니라, 내 업무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반복 작업을 AI로 줄이고 성과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직무를 ‘하나’가 아니라 ‘묶음’으로 재정의하기
기업들이 “세 가지 일을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시대라면, 나도 내 강점을 ‘한 줄 직함’이 아니라 성과 묶음(문제 해결·커뮤니케이션·자동화·운영)으로 설명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방식 바꾸기
‘지원서 넣기’가 블랙홀처럼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다시 관계로 돌아간다. 소개·추천이 유리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채용이 느려진 시장에서 정보가 늦게 퍼지기 때문이다. 현금흐름 방어
불안은 결국 ‘고정비’에서 시작된다. 보험·차·구독·대출 구조를 점검하고, 최소 3~6개월 이상의 방어력을 확보하면 심리적 안정감이 달라진다.
‘화이트칼라의 시대’는 끝났나, 리셋이 시작됐나
화이트칼라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사무직이 안전하다”는 오래된 믿음이 무너지고, 새로운 기준으로 재정렬되는 리셋에 가깝다.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직무의 형태를 바꾸는 기술이다. 문제는 그 전환이 너무 빠르고, 기업들은 그 속도에 맞춰 비용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의 오피스는 묻는다.
“내가 하는 일이 내년에도 같은 형태로 존재할까?”
그리고 많은 사람이, 조용히 답을 찾는다.
“일단은 버티자. 하지만 버티는 방식은 바꿔야 한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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