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그대는 나의 갈비뼈

페이지 정보

작성자 NEWS
문화 댓글 0건 조회 2,606회 작성일 21-07-30 10:37

본문

[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71

 

첫째 아들녀석이 제 방 책상머리 앞 벽 옆 벽을 온통 K-Pop 여가수 사진으로 도배해놓은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속으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고 감탄을 하면서도 아비의 체면으로 아들을 불러 엄숙히 훈계하기로 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너의 갈비뼈는 따로 있으니 조용히 이야기할 때 저 애 얼굴 떼어버리고 엄마 아빠 사진이나 붙여놓으면 어떻겠니? 아빠도 너만 했을 때 세계에서 제일가는 미녀 오드리 햅번 사진을 줄줄이 붙여놓고 바라보았지만 결국은 아빠의 갈비뼈인 엄마를 만나지 않았느냐. 그러니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아빠의 충고를 들었으면 좋겠구나.”
이렇게 충고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그녀의 싸늘하고 으시시한 목소리가 전신을 조여왔습니다.
“아니, 내가 어때서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결혼생활 하고 계시는 분들이야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지만 여자의 질투란 나이와는 상관없이, 남편의 공상 속의 여인에게는 더 심한 질투를 드러낸다는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이지만, 그 질투는 세상 창조의 날 여성의 어머니인 이브로부터 물려받은 여성의 본능인지라, 이런 경우에 남편 된 자는 모름지기 순간의 위기를 재빠르게 잘 넘겨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여자의 질투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더 붙여보면 이브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단 하루도 안 빼놓고 한 일이 무엇인가 하면 그것은 혼자 에덴동산을 거닐다가 돌아오는 아담을 꼼짝 못하게 눕혀놓고는 갈비뼈를 세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아담의 갈비뼈가 하나 더 없어졌다면 아담은 그만 이브의 날카로운 손톱에 가슴이 몽땅 파헤쳐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각설하고 아내의 목소리에 놀란 나는 재빨리 방어태세를 갖추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당신? 당신 좋지.”
“밑도 끝도 없이 무엇이 좋다는 거예요?”
“내 갈비뼈로 좋다는 거지.”
“흥. 말 돌리지 마세요. 내 말은 내가 당신의 오드득 -인가 뭔가 하는 배우보다 어떠냐는 거예요.“
허, 허, 허, 내 참. 부부 싸움이라는 게 이렇게도 시작될 수 있는 거군요. 그런데 아들 녀석은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아빠 엄마의 말다툼을 즐기는 눈치였습니다.
“당신은 아름답고 예쁘다기 보다는 활달한 매력 즉, 다른 여인이 갖고 있지 못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 나만이 볼 수 있는 유니크한 당신의 매력. 다른 남자들 눈에는 별 볼일 없어도 나의 눈에는 틀림없는 나의 갈비뼈였으니까.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리고 옛날에 연애할 때 당신이 그랬잖아, 아, 그대의 가슴은 나의 영원한 고향이라고, 그 말에 내가 넋이 빠져서 말했지. 하느님이 가련한 그대를 창조하시여 이 험한 세상의 수많은 늑대들 한 가운데 홀로 놓았으나 무시무시한 늑대가 그대를 가로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낸 나의 갈비뼈라고.”
그러자 아내는 킥킥거리며 나의 풀밭 같은 가슴을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소설 쓰시네” 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마터면 아들 앞에서 망신당할 뻔한 순간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책에서 읽었는데요, 예쁜 애 사진을 걸어놓고 자꾸 바라보면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나는 아주 한심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면서 조그맣게 말했습니다.
“아빠를 보아라.”
“아뇨. 엄마를 보세요.”
어느 틈에 아내는 내 뒤에 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었나 봅니다.
“그래, 그래, 아빠를 보아라. 오드득 사진만 들여다 보더니 나 같은 엄마를 만난 것이 아니겠니. K-Pop 여가수 만세.”

그날 밤 나는 잠들기 전에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이 세상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아무리 강성한 것도 유순해지고 모든 힘이 다 달아나게 만드셨으면서도 유독 갈비뼈만은 그 반대로 처음에는 갸날프고 힘이 없어도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억세지고 사나워져서 갈비의 고향도 꼼작 못하게 만드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주님, 이번 사순절 중에는 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을 위하여 갈비뼈도 때가 되면 젤리라도 될 줄 아는 지혜를 지니게 하여 주옵소서. 그것이 힘드시면 갈비뼈의 고향인 제 가슴만이라도 옹골차게 버틸 수 있는 힘이라도 주소서, 아멘.”  *

 

이 윤 홍
LA 거주 소설가·시인

·서울 출생. 중앙대 졸업(영문학 전공),
    대한항공 근무.
·1978년 미국 유학(Northrope University)
·2001년 <미주 한국일보> 신인상 시부문
    당선
·2009년 <미주 한국일보>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제2회 <해외풀꽃문학상>, <미주문학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장 역임

·저서 : 워렌 머피작 『지옥의 천장』 등 시, 소설 50여 편 번역
시집 『살아 숨쉬는 기억』, 『조금은 더 깊어진 침묵 속에서』,
수필집 『장보는 남자』 현재 번역 및 인문학 강사로 활동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71 첫째 아들녀석이 제 방 책상머리 앞 벽 옆 벽을 온통 K-Pop 여가수 사진으로 도배해놓은 것을 보았을 때 나는 속으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고 감탄을 하면서도 아비의 체면으로 아들을 불러 엄숙히 훈계하기로 했습니…
    문화 2021-07-30 
    휴람 의료네트워크와 제휴한 ‘H+ 양지병원’- 어지럼증·회전감 증상 나타나는 대표적인 귀 질환-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만성화 ··· 조기에 치료 시작해야- 재발이 쉽기 때문에 식습관 등 꾸준한 관리 중요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 질환…
    건강의학 2021-07-30 
     [ 보험 ]    ‘이광익의 보험상식’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뒤에 자동차의 종류에따라 각기 다른 사고위험성과 이로인한 보험비용을 검토해 본적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검토해 볼것을 권합니다. 고속도로 사고 자료조사기관중에 하나인The Highway Loss D…
    보험 2021-07-30 
    경/제/칼/럼  세금의 1차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 세금은 1차적으로 발생한 곳에서 보고 및 지불의 의무가 부과된다.  캘리포니아에서 소득이 발생했다면 캘리포니아에 1차 세금보고 및 징수의 의무가 있고, 실제 거주지에 2차 세금보고의무가 …
    세무회계 2021-07-30 
    Remax 사이먼 윤의 DFW 부동산 가이드  올해 노스 텍사스에서 건축허가를 받은 숫자를 보면 Celina City는 오랜 기간 선두였던 Frisco City를 넘어서며 가장 뜨거운 신규 주택 시장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셀리나는 올해 5월 31일까지 1,352건의 …
    부동산 2021-07-30 
    「그럼 나는 어떻게 하라구」  딸 앤이 아버지 안소니에게 왜 간병인 안젤라를 그렇게 대했냐고 하면서 따진다. 이에 안소니는 그녀가 내 시계를 훔쳤다고 하면서 난 도둑과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자 앤은 이번이 3번째 간병인을 내보냈기에 이젠 간병인을 구하기가…
    문화 2021-07-30 
    바다건너 고국은 연일 코로나 19 확산세가 지속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10일 이상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넘는다고 한다. 방역당국과 각각의 지방자치단체는 확진자 확산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지만, 코로나 19 확산세는 당분간 지속 될것으로 보인다. 본…
    세무회계 2021-07-23 
    예년 같으면 잔디가 누렇게 타기시작 할 때인데 자주내린 비로 인해 웃자란 나무들은 짙푸르고 싱그럽다. 직접 잔디를 깎는 우리는 더 번거롭지만 30년만의 한파로 손상된 나무들을 많이 회복시키니 고맙다. 내 키보다 훨씬 커버린 무궁화도 포기해야 되나 조마조마했는데 귀족처럼…
    문화 2021-07-23 
    안녕하세요! 방학인 7월입니다. 텍사스 주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뉴욕과 같이 횟집이 많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활어의 왕, 횟감의 왕’으로 불리는 광어에 대해서 가볍게 내용을 전달할까 합니다. 활광어는 미국에 있는 한인 마트에서 이제는 흔히 볼 …
    건강의학 2021-07-23 
    바이든 행정부의 잇단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코로나 19 백신 보급에 따른 빠른 경제회복으로 인한 급격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유동성이 많고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수익형 부동산 보유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을 헤지(Hedge…
    부동산 2021-07-23 
    건강하고 싶으시죠?  나이가 들어도 주름살이 안 생기고, 기운이 젊을 때처럼 왕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 무엇은 없을까요?만약,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를 지…
    건강의학 2021-07-16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를 표현할 때 흔히 ‘인종의 용광로’라는 말과 ‘소송의 천국’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에 맞게 미국에서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강한 미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반면에 강력한 개인주의와 서…
    보험 2021-07-16 
    이번주는 17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게는 매우 행복한 주가 될 것 같다. 이미 지난 3월 통과된 American Rescue Plan Act에서 소개된 Child Tax Credit(자녀 세금감면) 선지급이 7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알아두어…
    세무회계 2021-07-16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라는 속담이 매 순간 떠오른다. 자식이 이런 거라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주고 또 주면서 그래도 사랑했을까. 다 저녁때 언니가 전화했다. 잘 있냐고. 좀 어떠냐고 묻는다. 오늘도 잘 참고 있었는데 언니 목소리를 듣자마자 꽉 차 있던 눈물샘…
    문화 2021-07-16 
    지난주 금요일 주택도시 개발부 장관은(HUD: The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외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게 허가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사회 기반시설 종합계획(The Infrastructu…
    부동산 2021-07-16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