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코선배’의 백신 맞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3,639회 작성일 21-03-26 09:44

본문

이해인 님의 시처럼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 듯” 눈 폭풍이 뒤덮었던 달라스에도 고운 자태의 꽃과 새들이 저마다 살아있음을 찬양하는 봄이다. 모킹버드와 블루제이가 그악스럽게 영역 다툼하다가도 제대로 뽑아내는 봄 노래의 열창에 진홍빛 복숭아꽃이 자지러진다.

 

12월 초에 코비드19와 ‘맞짱 뜬’ 우리 부부는 ‘코로나 선배’가 되었다. 주위에서 ‘코선배’라고 이것저것 묻는데 겪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했다. 

코비드 걸리고 음성 된 후 90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두 달 후에  백신 접종하는 것이 좋다는 주치의는 예약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즉시 하란다. 미국 친구들 조언대로 달라스 카운티를 비롯해서 알렌, 덴톤, 갈랜드, 테런 카운티에 온라인 접수를 하면서도  페어 파크는 일부러 뺐다. 

내 나이의 여자에게 ‘온라인이란 길’은 낯설고 두렵기도 하다. 가보지 않은 길인데다 길은 형체가 없고 이정표는 더더욱 없다. 공통된 첫 주소인 WWW. 이후로는 손가락과 눈에 힘을 주고 정확한 알파벳과, / 슬러시, -하이픈과, . 도트인 점까지 하나라도 틀리면 도착지는 없다.

그 후 웹사이트에 들어가서도 영어로 된 방?의 이름을 잘 살펴보고 제대로 등록하는 입구까지 가면 ‘휴우~ ! 드디어 등록 시작.’ 그 후부터는 개인의 인적 사항이니 안심이 되지만 정확히 또박또박 기록해야만 한다. 그리해도 바로 접수가 안 되고, 기다리다가 접수가 돼도 예약은 아직 아니다. 예약 등록하라고 폰의 텍스트 메시지와 컴퓨터에 뜨면 즉시 해야 한다.

10일쯤 기다린 후 드디어 텍스트가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대로 일을 바로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몇 십분 지체되다 보니 예약등록이 이미 마감되어 버렸다. ‘아유~ 속상해라!’ 손님들 말이 맞다. 영어가 모국어인 그들도 등록하는데 한 주간 꼬박 걸리고도 접수가 안 되고 또 기다렸다가 다시 하고 몇 번을 반복한 후에도 ‘스탠바이’로 기다렸다더니…

 

또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달팽이가 두 안테나 바짝 세우 듯,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폰을 확인해야 한다. 빙고! 나흘쯤 지나 DCHHS에서 보낸 텍스트 메시지가 폰에 떴다. 역시 또 일하느라 바로 답할 수 없어 아들에게 부탁해서 8-9시 예약을 했다. 무료인데 보험이 있으면 가져오고 I-D와 접수된 QR코드를 복사해서 가져오란다. 하필, 몇 번의 징크스 때문에 일부러 예약을 피한 페어 파크로 가야 했다. 네비는 17분 걸린다고 했지만 ‘찬양하게 하소서’로 불평을 달래며 여명이 걷히는 7시 10분에 출발했다. 근처에는 몇 줄의 차량들로 앞도 끝도 안 보인다. 수많은 안내 경찰과 엄청난 차량! 땅이 무한정으로 넓은 텍사스이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열 줄로 주차된 앞 유리마다 ‘표식’하며 손도 발도 빠른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10군대의 드라이브스루로 차 안에서 맞는 백신주사. 

차량 숫자에 버금가도록 많은 것 같은 젊은 자원봉사자들. 유니폼 차림의 주방위군(Army National Guard)들이 질서 있고 절도 있게 백신주사를 놓는다. QR코드를 스캐너에 대니 접수할 때 써넣었던 기록이 그대로 뜬다. 

‘코비드항체가 있다’는 서류를 보여주며 백신을 두 번 다 맞아야 되는가를 물었다. 군의관이 직접 와서 백신1, 2차 모두 접종해야 된다고 화이자 2차 예약증을 준다. 

‘여러 가지 설’이 확실해진 순간이다. “안 맞아도 된다, 1차 한 번만 맞으면 돼요. 1, 2차 전부 맞아야 한다.” 등 우리가 코비드의 첫 세대이다 보니 우리 모두의 경험들이 앞으로의 자료가 되리라고. 

차를 조금 빼라는 수신호에 따라 다시 10줄로 주차된 차 뒤에 섰다. 어느 틈에 유리창에 백신 주사한 시간이 적혀있다. 

15분 안에 몸에 이상 있으면 즉시 알려달라는 봉사자. 짜증이 날법도 할 텐데 비록 반을 가린 얼굴이지만 싱싱한 미소에 사과향이 난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미국 백신 접종 1억 명 중의 하나가 됐다. 

 

코비드19로 희생된 55만 미국인들, 제대로 된 이별조차 못하고 보내야 했던 가족 친지들의 아픔. 백신 접종으로 가벼웠던 마음에 살아있음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다. 먼저 가신 분들 대신 더 잘 살아드려야 될 텐데 … 살아있게 하신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 될 텐데 ….

실직된 많고 많은 사람들, 배고픈 아이들, 선교지 원금이 줄거나 없어서 열악한 환경에 더 어려워진 오대양 육대주의 선교사님들, 또한 교회의 수많은 보조사 역자들도 사역의 길이 막히고 생활고를 견뎌야 하고 … 코비드19가 가져온 경제적 후유증이 갈수록 더 아프다. 조금만 더 참고 기도하며 인내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며 견디어보자고 기도하는 맘으로 무릎을 꿇는다.

 

눈 얼음에 칼끝같이 아픈, 백 년만의 추운 바람 속에서도 견뎌낸 생명들! 작디작은 풀꽃들, 죽은 것 같은 나무에 가녀린 새순들. 맨몸으로 견뎌낸 가지 끝마다 소담스러운 레드버드의 붉은 밥풀 꽃과, 살아있음을 마음껏 뽐내는 브레드포드 페어 트리의 흐벅진 하얀 꽃으로 달라스가 곳곳마다 환하다. 초목들의 강인한 삶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다.

 

“잃어버린 것들에 애달파 하지 않으며, 살아있는 오늘이 되게 하옵소서, 소중한 것 상실해도 절망하지 않으며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오늘을 위한 기도- 김소엽)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바다 건너 고국은 오는 4월 7일에 치르는 보궐선거로 떠들석하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우리 고국의 대표 도시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모두 21곳의 지방자치 단체장, 시도의회 의원, 구시군의회 의원을 보궐 또는 …
    세무회계 2021-04-02 
    요즘 ‘일자목’, ‘거북목’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보았을 때 목과 머리가 몸보다 앞으로 쏠려있는 모습이 거북이의 목과 비슷하다고 해서 만들어진 명칭입니다. 일자목·거북목 증후군은 현대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척추질환 중의 하나…
    건강의학 2021-04-02 
    “이승만 한국 초대 대통령께서 하와이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 전공이 아니라서요.”“하하하, 상필은 참 유쾌한 친구야. 그럼 손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 “고등학교 때 삼민주의 - 손문, 줄긋기 식 공부는 …
    문화 2021-04-02 
    요즘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월급을 아껴 따박따박 저축을 했는데 집값이 폭등하고 유례없는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전세는 커녕 월세난민 신세로 전락한 이들이 스스로를 비하해 부르는 말이다. 한 순간에 부자가 됐다는…
    부동산 2021-04-02 
    사람들의 살아온 옛날이야기를 듣다 보면 유복하던 가정이 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재산을 압류 당하고 갑자기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오래전에는 취직을 할 때도 보증을 서주는 사람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
    보험 2021-03-26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지만 40대 이상의 한국분들은 펜팔(Pen Pal)이라는 말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편지가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는데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우편이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던 시절이…
    세무회계 2021-03-26 
    이해인 님의 시처럼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 듯” 눈 폭풍이 뒤덮었던 달라스에도 고운 자태의 꽃과 새들이 저마다 살아있음을 찬양하는 봄이다. 모킹버드와 블루제이가 그악스럽게 영역 다툼하다가도 제대로 뽑아내는 봄 노래의 열창에 진홍빛 복숭아꽃이 자지러진다. …
    문화 2021-03-26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따뜻한 햇볕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봄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달라스는 봄이 짧고 여름이 길지만, 짧은 달라스의 봄 날씨에 계절성 알레르기로 심각하게 고생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계절 알레르기 만으로도 힘든데…
    문화 2021-03-26 
    백신 수급률이 빠르게 올라감과 동시에 팬데믹의 종식이 가시화가 되고 있으며, 늘어나는 소비에 맞춰 시장금리가 몇주째 빠르게 상승하며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작년과 비교해 100%가 넘는 리파이낸싱 수요가 지난주에는 작년대비 39%나 낮아…
    부동산 2021-03-26 
    「나는 사랑 받았어, 여보」  오빠 찰스가 여동생 모드를 숙모의 집에 맡기고 돌아간다. 모드는 8살 때부터 심한 관절염을 앓아 다리를 절게 된 것이다.어느 날 모드가 화방에서 재료들을 고르고 있는데, 루이스가 화방 주인에게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 문구를 써달라고 찾아온…
    문화 2021-03-26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가진 장애는 장애가 아니란다.  네가 전능하신 하나님을 참으로 신뢰한다면, 그리고 하나님이 너를 도와 주신다면, 오히려 너의 장애로 인해, 모든 사람이 너를 주목할테고, 너는 진실로 역사에 신화와 같은 기적을 남기는 놀라운 삶을 살 수 있다.”…
    건강의학 2021-03-19 
    바다 건너 고국은 연일 상상을 초월하는 뉴스들로 가득해보인다. 검찰 총장의 사퇴로부터 LH 사태까지 그야말로 접입가경의 상태다. 봇물 터지듯 비리와 무책임 그리고 무개념의 행위까지 그야말로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민족의 날개로 지칭되는 대한항공이 코로나 …
    세무회계 2021-03-19 
    봄비 그치고 나니 앞집 두 그루 돌배나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아직도 겨울잠을 자느냐고 묻는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오른다. 전에 없던 봄이라도 맞은 듯 설레는 아침이다.‘스크루지 나무’가 생각이나 대문을 열고 나갔다. 나보다 더 게으른 나무도 있다고 세월 가는 줄도 모르…
    문화 2021-03-19 
    만족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최고가 아니라 최선으로 살아야 한다. 최고는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러나 최선은 나에게 좋은 것이다.가장 좋은 것만 찾는 인생은 만족이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늘 바뀌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스마트폰은 한 달 주기로 바뀐다. 신제품이 계속…
    부동산 2021-03-19 
    자동차 보험료가 운전규정 위반 티켓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이미 상식수준이 되었다. 규정위반 티켓을 받으면 벌금을 내야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5년간 티켓 받은 기록으로 인해 보다 많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사실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규정위반 티켓은 운…
    보험 2021-03-12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