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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올드 하와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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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조회 2,816회 작성일 20-02-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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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릴레이 ] 한인작가 꽁트 릴레이 48





하와이에서 생긴 일 (22)





레이는 상필의 팔에 새겨진 작은 타투 상어에 끊임없이 키스를 퍼부었다. 상어 타투의 환부가 빨리 나으라고 ‘호호’ 부는 그런 키스라 달콤하고 따뜻하였다. 레이가 상어가 새겨져 있는 상필의 팔을 소중한 듯 끼고 타투 시술소를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곳이 50층이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강하나보다 했는데 웬걸, 레이는 빌딩 엘리베이터의 UP 버튼을 눌렀다.
“어딜가 는거야?” / “God Mother한테.”
“갓 마더라니?” / “신모님께 신고하러가는거야.”
“무슨 신고?” / “가보면 알아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아니, 여기는?”
상필이 보기에 그곳은 하늘 정원이었다. 빌딩 위에 이런 정원이 가능한 일인가.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파파야 나무, 본 가지에서 비죽 나와 열매의 무게를 주체 못하고 늘어져있는 바나나 나무, 그리고 알아보기 힘든 과일나무들이 손을 뻗치면 딸 수 있었다.
하와이의 주 꽃이라는 노란 히비스코스가 만발해 있고 생강나무의 톱니같은 자색 꽃과 처음 보는 열대의 꽃들이 다투어 그 강열한 빛깔을 발하고 있었다. 천천히 거니는 사람들은 흰 가운을 걸쳤거나 하와이 원주민들의 옷인 손수건 만한 천으로 앞 뒤만 가린 전라의 모양들이었다.
정원 한 가운데 수영장이 있고 수영장 가장자리의 긴 의자에는 사람들이 자는지 깨어있는지 ‘나무늘보’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대개는 뭔가에 취한 듯한 표정들이었고 더러는 ‘멍때리기’ 표정들이었다.
징검다리라고 여겨지는 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들은 멜랑코리 한 선율에 기타나 우클렐레 반주였다. 상필이 두리번거리고 한 곳에 시선이 좀 머물렀다 싶으면 레이가 팔을 잡아 이끌었다.
“히야, 여기가 어디야? 천당이지?”
그곳엔 고요가 있었다. 물소리, 새소리, 싹트는 소리, 열매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러다가 큰 바위 앞에 서게 되었다.
“이게 카메하메하의 바위인 나하 바위(Naha Stone)야.”
“나하 바위? 이렇게 큰 바위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이 바위는 1.3톤이야. 하와이의 첫 왕 카메하메하 1세가 14세 때 들어올렸다는 전설의 바위이지.
하와이의 옛말에 ‘이 바위를 들어올리는 자가 왕이 되리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그가 그 예언을 실현한 셈이지.” / “그는 헤레클레스였구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신인 헤레클라스? 그는 왕이 되지 못했잖아. 카메하메하는 왕이되었지.”
카메하메하의 바위 윗쪽으로 둥그런 계단을 올라가자 그곳은 웅장한 벽화로 장식된 돔이 있었다. 돔의 벽화는 놀랍게도 하와이 신화의 첫 머리를 장식하는 마우이(Maui)신의 활약 상을 그린 것이었다.
마우이가 낚시로 하와이의 8개 섬을 건져 올리는 그림은 우주적이었고 장엄했다. 마우이 신이 그의 어머니 히나(Hina) 여신의 요청으로 태양을 오래 잡고 있는 그림도 있었다.
여신 히나는 티(Ti) 잎을 말려서 훌라 스커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주었는데, 그 즈음 태양이 너무 일찍 져버려 잎이 마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 것이다. 그 소리를 들은 마우이가 태양의 발목을 잡아 빨리 지지 못하도록 했다. 해가 오래 하늘에 떠있게 되어 햇볕에 티 잎을 충분히 말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분은 나의 갓 마더(God Mother), 신모 마하리님이야.” / “하이, 마이 썬.”

신모는 목소리가 우렁차고 악수하는 손이 큼직하고 두터웠다. 머리에는 풀잎 관을 쓰고 뻣뻣해보이는 꽃무늬 무무를 입고 있었다. 살집이 많은 체형에 검은 큰 눈이 인상 깊었다.

키가 레이보다 컸다. 레이와 신모가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신모가 기거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과거 하와이 왕국을 상징했던 깃발과 미국 국기가 좌우에 놓여 있었다.

가운데는 붉은 글씨로 ‘Old Hawaiian’이라고 쓴 배너가 걸려 있었고 그 밑에는 ‘Restoration(복고)’이라는 글이 있었다.

벽 쪽의 유리장에는 옛 하와이 왕국에서나 썼을 창, 활, 장총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층건물 옥상에, 오픈 에어 정원에 어울리지 않는 사무실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레이가 상필의 맘을 읽었다는 듯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맞아요. 여기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클럽이야. 하와이 역사와 문화, 전통을 이어가자는 사람들의 모임인 순수 시민단체(Non Profit Organization)야. 여기서 모임도 갖고 결혼식도 하고 아기들 돌잔치도 하지. 이 ‘올드 하와이안’의 의 멤버가 되려면 부모 중 한쪽이 하와이인이거나 하와인과 결혼한 사람이면 되는거야. 특혜가 많지. 장학금도 주고. 이 단체에서 세운 학교에 가는 사람은 전액 학비 면제야. 옛날 하와이 왕실이 제공한 기부금으로 시작이 되었지. 회원들에게는 특혜도 있지만 의무도 있어. 나는 여기 전사로 등록했어.”

“전사? 그럼 전쟁 나면 레이는 하와이의 군대가 된다는?”

“맞아. 하와이를 지키는 전사인 셈이지. 그러나 걱정하지마. 전쟁같은 건 안 일어날테니.”





레이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이 클럽은 하와이 시민 운동가들의 모임으로 ‘하와이 자치정부 수립’을 위해 일하는 곳이었다. 그들 스스로 하와이 섬의 주인의식을 갖고 하와이를 지킨다는 ‘역사적 사명’을 가진 사람들로 궁극적으로는 하와이의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게 말이돼? 당신들은 이미 미국 시민들이잖아. 미국 시민으로 살면서 미국에서 독립을 하겠다구? 반역한다는거야?”

“반역은 무슨, 원래 하와이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야.”

“자주권을 갖겠다는 게 무슨 의미냐구. 미국 정부에서 알고 있어?”

‘올드 하와이안’은 당국에 시민운동 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고,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지. 민주주의 나라의 법, 출판 결속 집회의 자유 알잖아.

“하긴 텍사스에도 텍사스 독립을 외치는 부류가 있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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