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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이순재 마지막 눈물의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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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무대로 떠난 '국민 배우' 영결식…70년 연기 인생 마치고 영면
하지원 "스스로 질문하던 진정한 예술가"…유인촌·정동환 등 후배들 가득 메워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습니다."(김영철)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국민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배우 김영철은 목멘 소리로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평생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였던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를 배웅하는 길은 후배들의 눈물로 얼룩졌다.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 잊지 못할 거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 하지원도 추도사를 통해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기억했다.
이어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고인이 건넨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는 담담한 위로와 가르침을 언급하고는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이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기렸다.
천상의 무대로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동환, 정준하 등 인연이 있는 후배들을 비롯해 생전 고인이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학생들이 함께했다.
120석 규모의 영결식장이 가득 찼으며, 고인의 나이에 맞춰 91송이의 헌화가 끝난 뒤에도 묵념과 함께 추모가 이어졌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2024년 드라마 '개소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까지 70년 가까이 쉼 없이 연기해 온 '영원한 현역' 배우였다.
우리나라 최초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의 드라마 '푸른지평선'에서 얼굴을 알렸고,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의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이다. 두 드라마에서 각각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고인은 연기 인생 출발점인 연극 무대로 돌아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았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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