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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그만 올린다?” vs “더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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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워싱턴DC에서 5월 19일 열린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컨퍼런스’에 참석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금리를 그렇게 많이 올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며 기존의 입장과는 다른 다소 온건파(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은행 부문의 타이트한 신용 조건이 성장과 고용,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 결과 우리의 정책금리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오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정도는 매우 불확실하며 데이터를 계속 보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통화 긴축 측면에서 먼 길을 왔으며 정책은 제한적”이라며 “지금까지의 긴축에 따른 시차가 있다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으며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긴축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6월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발언 이후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6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p) 올릴 확률을 약 21%로 책정했으며, 그 외 대다수의 트레이더들도 금리인상 중단을 예상했다.
파월의 발언 직전에 로이터가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로이터가 5월 11일부터 16일까지 116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0%가 넘는 75명이 연말까지 금리 동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5월 초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p) 올려 5~5.25%로 조정했고 이 수준으로 연말까지 유지된다는 것이 다수 이코노미스트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116명 중에서 14명은 연말까지 금리가 현 수준보다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30명은 추가 금리 인상이 없거나 최소한 0.25% 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3분기까지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는 “경기 침체가 기정사실로 경제 성장의 모멘텀을 잃어감에 따라 연준이 올해 3분기 이전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JP모건의 시무스 맥 고레인 글로벌 금리 분석팀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이를 낮추려면 경기 침체가 올 것이고 은행 위기로 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면서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의 판단이 옳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다소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로리 로건 달라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월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텍사스은행연합회 콘퍼런스에서 “현재까지 나온 경제 지표는 6월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 물가상승을 통제할 수 있도록 금리를 다소 인상함으로써 보험에 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엇갈린 말들이 오고가는 가운데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한 상황에 있는 미 경제에 관해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경제 연착륙(소프트랜딩) 하나’라는 타이틀의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경제가 최근 이어지는 난제를 비교적 잘 풀어온 사실들을 소개하면서 긍정적인 결말을 기대했다.
우선 그는 연착륙에 대한 표준적 정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대규모 실업 없이 인플레이션이 납득 가능한 비율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아 2020년 2월과 4월 사이에 미국인 2천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또 많은 전문가는 팬데믹이 고용과 생산 감소 등의 형식으로 아주 오래가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전체 고용 등 노동시장 상황은 팬데믹 이전에 내놓은 추정치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할 만큼 대부분의 경제 지표는 뚜렷한 상처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수십 년간 잠잠하던 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이래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초반 많은 미국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고통 없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이뤄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과거처럼 가격 통제와 같은 수단을 쓸 수 없고 인플레이션이 오래갈 수 있는 상황에서 경제 연착륙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최근에 어려움을 비교적 무난하게 극복해온 점을 들어 기대를 가져도 좋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코로나19가 경제 체제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었지만 두드러지게 광범위한 고통 없이 팬데믹 침체를 헤쳐나왔다는 주장이다.
또 연방준비제도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가을에 미국인 78%는 가계 경제 사정이 어쨌든 괜찮다고 했는데,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라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는 엄청난 성공담으로, 비록 기대보다 더 평탄치 않을 수 있지만 성공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이 매우 활발해 실업이 잠정적으로 오르더라도 많은 고통은 없을 것이며, 인플레이션도 목표치 이상이지만 과거에 감내해낼 수 있었던 수준인 만큼 연준이 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길게 지속하지 않으면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팬데믹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현실에서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을 수는 없다.
IT업계의 감원 바람에 이어 대형 소매업계에도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면서 일자리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어떤 대형 변수가 또 예상을 뒤엎을 수도 있지만, 파월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에 기대를 걸어보고 크루그만 교수의 전망이 맞기를 바래 본다.
리빙트랜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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