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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연준 금리인하 연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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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미국 내 신용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고용시장 열기가 식어가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정체 중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연준이 5월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동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오고 있다.
>> 연준, 베이지북에서 경기 정체 진단
연준은 지난 2월 말부터 4월 10일까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공개했다. 연준은 이 보고서를 통해 “가계, 기업 부문에서 대출 규모와 수요가 모두 감소했다”며 “몇몇 지역은 불확실성과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SVB가 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대출 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성장을 견인한 고용과 소비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평가 기간에 고용 증가가 다소 둔화됐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3월 보고서가 발간됐을 때보다 고용 증가세가 더 느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부문도 대체로 정체 중이라고 전했다.
4월에 발표된 베이지북에서 파악한 경기는 3월보다 더 악화됐다. 3월에 공개된 베이지북은 경제활동이 약간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SVB 사태가 촉발한 신용 경색 우려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SVB 붕괴로 은행권 위기가 촉발된 후 발행된 최근 베이지북에서는 대출 규모와 수요 감소, 대출 기준 강화 등을 둘러싼 연준의 경고가 곳곳에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3월 FOMC 회의록에 이어 연준이 최근 파악한 경기도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만 남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월가에서도 이른바 ‘HOPE’ 이론에 근거해 경제가 침체 직전 상황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개발한 HOPE 이론은 경기둔화나 침체가 오는 순서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론에서는 주택(Housing)에서 시작해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신규 주문(Orders), 기업 이익(Profits), 고용(Employment) 순서로 경기침체가 서서히 진행된다고 본다.
지난해 3월 Fed가 긴축을 시작한 이후, 이론대로 미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가장 먼저 하락하기 시작했다. Fed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실제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집값은 지난해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 2월에는 11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로도 하락했다.
제조업 PMI의 신규 주문도 하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월 47.0을 기록했던 PMI 신규 주문은 3월 44.3까지 주저앉았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 PMI는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확장,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신규 주문 외에 생산, 고용, 재고 등 지표가 포함된다.
기업 이익 역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에 속해 있는 대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뒷걸음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 고용은 비교적 탄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3월 미국의 신규 고용은 27만6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치인 22만 명보다 많은 상태다. 실업률도 3.5%로 전월의 3.6%보다 하락했다.
경기침체 시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6%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준이 이제 긴축을 중단할 때라는 경고도 나온다.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샴은 “은행권 위기 상황에서 3월 다시 금리를 인상한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며 “5월엔 잠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너무 빠르고 지나치게 높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노동 시장에 미칠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연준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모두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황에는 우리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무언가가 나타나는데 닷컴 버블이 꺼지거나, 모기지가 녹아내리거나, 팬데믹이 나타난다”며 “실리콘밸리 은행(SVB) 붕괴의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이런 일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이미 경제가 둔화된 상황에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샴은 현재 연준이 너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려 노동 시장의 강력한 회복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샴은 “연준은 1년 만에 금리를 4.7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는 1980년대 초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당시 이후 가장 빠른 인상 속도”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 금리 인하 연내 단행 전망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연내에 단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ING은행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은 4월 보고서를 통해 “이번 긴축 주기에서 시장은 기준금리 고점 이후 6개월 뒤에 첫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ING는 “과거 모든 긴축 주기에서 고유의 시장 패턴들이 이어졌다”며 “그것은 연준이 달성하는 경제의 ‘착륙’ 방식에 크게 좌우됐다”고 돌아봤다.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과 함께 이어지는 경기 연착륙은 기준금리가 고점 수준에서 보다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을 키운다.
이는 지난 1994~1995년, 2004~2006년 긴축 주기에서 나타났다. 다만, 이번에는 경기 연착륙이 쉽지 않고, 금리 인하도 더욱 빠르게 나타나리라는 게 은행의 관측이다.
ING는 “일반적으로 10년 국채 금리는 마지막 금리 인상 전에 고점을 찍은 뒤에 금리 인하가 한 두 번 나타난 뒤에야 하락세가 멈춘다”며 “현재 10년물 금리는 은행권 위기 이후 신용 경색 전망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와 위험자산 회피 흐름도 기준금리 고점 이후 장기 금리를 억누르는 일반적인 요인들”이라고 설명했다.
ING는 “올해 연말까지 10년물 금리가 3%까지 떨어지고, 연준의 기준금리는 내년 중순까지 3%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월가에서는 금융시장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비현실적인 전망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분석업체 마켓워치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곧바로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반한 시장 랠리(강세)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켓워치는 월가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 모하메드 엘-에리언과 웰스파고, 에버코어ISI의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 같은 견해를 전했다.
이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은 근접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빨리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전 CEO이자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의 경제 고문인 엘-에리언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과 합치한다”면서도 “시장은 5월 이후 연내 인하를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은 동결된 금리 인상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월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수석 전략가인 쥴리앙 엠마뉴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연준이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하기 위해서는 극심한 시장 혼란 상황이나 위기가 닥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엠마뉴엘 분석가는 “긴축기의 마지막 인상 후 단 두 달 후에 금리를 인하하는 시나리오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며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1987년과 같은 주가 폭락이 발생하거나, 현재 은행권의 위기가 1984년대의 위기처럼 심화하거나, 1980년대와 같은 경기 침체가 찾아오거나,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정치적 혼란이 동시에 발생한 1974년과 같은 여건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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