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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미국 경제만 잘 나간다? … ‘노 랜딩’ 시나리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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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초까지도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를 할 것인가 아니면 ‘하드랜딩(경착륙)’일 것인가의 논쟁이 맞서고 있다가 2월 중순 들어 제3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역대급 긴축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소비와 생산 지표가 깜짝 반등하고 있고, 여기에 뜨거운 노동시장까지 합세해 월가 일각에서는 ‘노 랜딩’(무착륙)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랜딩’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속도로 기준금리를 상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노랜딩 시나리오가 확산한 배경은 예상과 어긋난 각종 경제 통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가리키는 노랜딩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천 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상회했고,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이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크 지안노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통계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당초 예상보다 노동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월 미국 제조업 분야의 평균 주당 가동시간은 1.2% 상승하면서 성장을 이어나갔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임금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늘면서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하게 됐다.
또한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3월 이후 1년10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직전 월인 지난해 12월(-1.1%) 큰 폭 감소했다가,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를 웃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한 소매 판매 증가율은 6.4%였다.
주요 13개 부문에서 모두 소비가 늘었다. 식음료 서비스(7.2%), 자동차·부품(5.9%), 가구(4.4%), 전자기기(3.5%), 잡화점(3.2%) 등에서 급증했다. 주유소 판매 증가율은 0.0%를 기록했다.
전날 나온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를 보면, 휘발유 가격은 한달새 2.4% 급등했다. 가격이 이 정도 올랐음에도 소비는 유지한 셈이다.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소비는 경기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 지표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덮치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달 CPI 상승률(6.4%)만큼 소비가 증가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제조업 경기 역시 반등세가 뚜렷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엠파이어지수)는 -5.8로 전월(-32.9) 대비 27.1포인트 뛰었다. 엠파이어지수는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뉴욕 연은이 뉴욕주의 약 200개 제조업체를 평가해 산출하는 것이다. 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각각 의미한다.
미국 전역을 조사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보다 먼저 나오기 때문에 실물경제를 미리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2월에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한달새 3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6개월 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기업환경지수는 2월에 14.7로 전월(8.0)보다 6.7포인트 올랐다.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심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1월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마이너스 국면에서 벗어났다. 연준 집계를 보면, 1월 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보합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0.6%, -1.0%를 보였는데, 그나마 살아난 것이다. 산업생산 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제조업 생산은 전월과 비교해 1.0% 증가했다.
심지어 주택 지표까지 긍정적으로 나왔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2월 주택시장심리지수는 42로 1월(35)보다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다. 시장금리와 연동돼 있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최악은 넘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이미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나온 월가에서 연착륙을 넘어 ‘노 랜딩’ 시나리오까지 힘을 받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인플레이션과 탄력 있는 성장세가 동시에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연준의 긴축이 길어진다고 해도 미국 경제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관측이 그 바탕에 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CNBC에 나와 “미국은 연착륙에서 노 랜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도 “연착륙보다 노 랜딩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경기 경착륙 공포는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는 기류를 보인다.
경기침체 가능성 25% 로 하향 조정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경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2% 선으로 떨어지는 경기 연착륙 상황은 도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만 잘 나가고 있고 대다수 국가는 더 큰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노 랜딩 시나리오 하에서 연준이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경우 웬만한 신흥국들은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고 미국만 이를 버틸 경우 나머지 세계 경제는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 경제 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히 있다. WSJ은 노랜딩 시나리오는 아직 소수설이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전문가가 경기침체나 소강을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 경제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일각의 견해다.
2006년의 경우 금리 인상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반이 걸렸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을 감안해 연준이 긴축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에선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확률을 90%로 보고 있다. 1월까지 이 확률은 45%였다.
보험사 네이션와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차칙은 “기업의 수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올해 중반부터 경기 소강이 시작되리라 예측했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노동시장의 회복력이 소비를 계속 하게 하는 주된 이유”라며 “인플레이션은 계속 끈적끈적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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