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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인플레이션 경제, ‘슬로우플레이션’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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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가 성장률 둔화 속에 고물가가 지속되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슬로우플레이션의 원인이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있다고 진단했다. 슬로우플레이션은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기 하강 강도가 완만할 때 쓰인다.
‘슬로우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슬로우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 실정이긴 하나 침체 또는 정체 수준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스태크플레이션이 아닌 슬로우플레이션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미국 경제 및 통화정책 시나리오와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연방준비제도(Fed)와 주요 투자은행(IB)의 기본 전망은 골디락스(성장 회복-인플레 안정화)”라면서도 “물가 상방 위험을 고려할 때 슬로우플레이션 시나리오 가능성이 가장 높고, 따라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를 반영하면서 장기 금리는 완만히 상승할 전망이 높다. 다만, 경기와 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만큼, 높은 금리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팬데믹 이후 강한 성장 모멘텀은 지났으며 공급망 차질 지속, 부양효과 감소, 중국 경기둔화 가능성 등으로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물가지표는 강세가 이어지고, 임금과 주거비 등 지속성이 큰 항목의 상승세도 확인되면서 고물가 장기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올랐다. 시장 예상치(5.9%)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3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반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비 연율 2.0%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2.8%를 하회했다. 지난 1분기(6.4%)와 2분기(6.7%) 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슬로우플레이션 전망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따른 원자재가격 폭등이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슬로우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까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존 월드런 골드만삭스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려면 1~2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런 사장은 “공급망 대란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미 경제와 증시의 핵심은 인플레이션과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미 경제의 뼈대인 소비가 어떻게 될지, 연휴 시즌을 포함한 4분기와 내년 성장률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가 관건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들이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공급망 문제와 노동력 부족에 따른 마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증시는 인플레와 성장, 마진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내년 주가 전망을 내놨는데 경제정상화와 그에 따른 실적장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말에 S&P500이 5,100까지 갈 것으로 에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내년 7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내년 말에 2%까지 오를 것”이라면서도 “이는 정책 불확실성 감소와 소비자 신뢰가 오르면 상쇄될 것”이라고 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는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9월로 보는 전망을 62%에서 65%로 올렸다. 내년에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가능성은 46%로 전망했다. FOMC 회의에서 연준의 방침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의 앤드루 볼스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은 내년에 정상화될 것이고,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2023년에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볼스 CIO는 “현재는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있지만 내년에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내년 말까지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Fed 목표치인 2%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핌코는 최근 ‘변화의 시대(Age of Transformation)’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간 세계 경제가 지난 10년보다 더 불확실하고 분산된 성장,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를 쓴 볼스 CIO는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혼란 등을 감안할 때 주식, 채권 등의 수익률은 더 낮아지고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스 CIO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하지만 위협 요인도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코로나19 재확산, 공급망 차질 등을 꼽았다.
그는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가 필요한 시점이 지난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선 여전히 부분적 봉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급망 문제 해결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볼스 CIO는 “유례가 없던 일이라 언제쯤 공급망 혼란이 개선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은 낮게 봤다. 볼스 CIO는 “지금의 글로벌 성장세를 바꾸기는 쉽지않다. 여간한 충격이 아니면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볼스 CIO의 예측이다. 그는 “중기적 관점에서 볼 때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내년은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 가치가 이미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볼스 CIO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압력이 높은 변동성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주식과 채권 수익률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핌코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2%대로 내려올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아질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주식은 채권 금리에 따른 할인율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면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그는 “연준이 예상과 다르게 빠른 긴축 행보를 보이고 10년물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 주식에는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식은 명목 자산이 아니라 실질자산이므로 중기적 관점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물가연동채권(TIPS) 및 원자재 투자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머니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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