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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24세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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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발표되는 달이다.
올해 노벨상은 분야별로 파격적이고 놀랍고 눈에 띄는 수상 스토리의 연속이였다.
올해로 124세를 맞는 노벨상 수상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경사로 여겨진다.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인류 문명의 발달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많은 사상자를 낸 노벨이 참회의 뜻으로 이 상을 제정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노벨상은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문학, 평화, 경제학의 6개 부문이 있다.
노벨상의 6개 부문은 전문성이 크게 다른 만큼 각각 다른 기관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물리와 화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경제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가, 문학상은 스웨덴 학술원이 선정한다.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관장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리는데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백만 달러)가 주어진다.
◆ 10월 7일 부터 차례로 발표된 노벨상
올해 가장 먼저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은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유전자 조절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RNA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0월 7일 발표했다.
마이크로 RNA는 생물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작은 RNA 분자들의 집단이다.
노벨위원회는 “1㎜ 정도의 꼬마선충에서 이룬 획기적인 발견 덕분에 유전자 조절의 새로운 원리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마이크로RNA가 발생학 발달, 정상 세포 생리학, 암과 같은 질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조절이 잘못되면 암, 당뇨병, 자가면역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 마이크로 RNA의 역할을 토대로 한 연구의 잠재력은 크다.
매사추세츠 의대 자연과학 교수인 발달 생물학자 앰브로스는 하버드대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분자 생물학자 러브컨은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로, 이 학교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 과학 분야 노벨상은 AI가 휩쓸어
과학 분야의 올해 노벨상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라고 볼 수 있다.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AI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초를 확립하는 데 공을 세운 과학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쥔데 이어 AI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연구한 이들에게 노벨 화학상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AI 시대’가 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 8일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의 기초 확립에 공로를 세운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수상했다. 홉필드는 미국 프린스턴대, 힌턴은 영국 에든버러대 소속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발견 및 발명과 관련한 공로를 세운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존 점퍼(39)에게 돌아갔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사비스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이며, 점퍼는 딥마인드의 연구원이다.
노벨위원회는 “데이비드 베이커는 단백질의 완전히 새로운 종류를 구축하는 거의 불가능한 위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50년 된 문제인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벨상은 주로 순수 학문을 연구한 이들에게 돌아간 만큼 올해 AI 관련 연구자들이 연달아 노벨상을 휩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들어 AI가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쾌거
10월 10일에는 한국의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난 그는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죽음과 폭력 등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이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는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이 있다.
◆ 노벨 평화상은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에게
10월 11일 발표된 노벨평화상은 일본의 원폭 생존자 단체인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들의 풀뿌리 운동 단체인 니혼 히단쿄를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돼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가 있다”면서 “니혼 히단쿄와 다른 히바쿠샤(피폭자·원폭 피폭자를 뜻하는 표현)의 대표자들의 특별한 노력은 ‘핵 금기’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사적 증인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대해 긴급히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내년은 미국의 원폭 두 개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 약 12만명을 죽인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오늘날의 핵무기는 훨씬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노벨 경제학상은 사회 제도 중요성 연구자에게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국가 간 불평등 연구에 기여한 다론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A. 로빈슨(64)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아제모을루는 튀르키예 태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다. 영국 태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존슨도 MIT에 몸담고 있으며, 역시 영국 출신인 로빈슨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4일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경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코브 스벤손 왕립과학원 경제과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소득 차이를 줄이는 것은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자들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미치는 요인으로서 정치·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해왔다. 왕립과학원은 “수상자들은 무엇이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미치는지에 대한 혁신적 연구에 기여해왔다”며 “제도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들의 통찰은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를 지지하기 위한 노력이 경제 발전 촉진에 중요한 진전 방향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1969년부터 수여돼 왔다. 노벨 경제학상으로 통칭되지만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제정한 상이어서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과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올해 노벨상은 지난 10월 7일 생리의학상부터 14일 경제학상까지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고, 오는 12월 10일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의 공식 수상 소감을 들을 수 있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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