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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트럼프 관세정책이 소비자에게 던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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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여파에 따른 혼란 속에서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을 떠올리며 식료품·가구·타이어 등의 ‘사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후 콜로라도 롱몬트에 사는 브랜디 갤러웨이(37)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남편과 함께 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토마토 소스, 원두 커피 7파운드, 각종 콩 등을 사재기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물자 부족과 가격 폭등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돈만 있었으면 세 배는 샀을 거다.”라고 말했다. 홈 베이킹 사업을 운영하는 갤러웨이는 “이미 비싸긴 했지만, 몇 주 후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시장과 경제 전망에 큰 혼란을 주었고, 소비자들과 기업들 역시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 기억, 다시 살아난 불안
코로나 팬데믹 시절 겪었던 물자 부족,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의 기억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이번 관세 발표와 유예, 그리고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식료품, 전자제품,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을 미리 구입하고 있다.
경제 방향성에 대한 불안이 이같은 조기 소비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갤러웨이는 “설령 관세가 실제로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소매업체들이 이를 핑계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식료품비로 인해 그녀는 생활비와 식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안게 됐으며, 이번 관세 유예 조치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소비 지표에도 반영
소비자 지출 분석업체 어니스트 애널리틱스(Earnest Analytics)의 자료에 따르면, 4월 중순 애플 매장 지출은 33%, 리스토레이션 하드웨어 26%, 홈디포는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4주간 토요일 평균 대비 수치다.
하지만 모든 유통업체가 이 같은 매출 증가를 경험한 것은 아니다.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존 레이니 CFO는 “패닉성 구매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관세 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지금 구입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직원 할인 혜택을 일반 고객까지 확대했고, 가구 업체 레이모어 앤 플래니건은 “관세 적용 전 가격을 지금 고정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주얼리 브랜드 아나 루이사는 “지금이 쇼핑 적기”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도 사재기
테네시 라폴레트의 타이어 정비소 ‘이글 타이어 프로스’의 브랜드 존슨 대표는 “관세 발표 직후 벌써 수십 명의 고객이 타이어를 미리 교체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일 관세 발표 직후 주요 타이어 재고를 두 배로 늘렸다며, 유예 조치에도 “지금쯤 미리 준비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번 겪은 사람은 다시 준비한다”
UC 버클리의 경제학자 유리 고로드니첸코 교수는 “팬데믹을 겪은 소비자들은 어떻게 저장하고 대비하는지 알고 있다.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올해 1월 사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관세를 앞두고 사재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며, 36%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저축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팬데믹 이후 5년간 미국 소비자물가는 20% 이상 상승했으며, 이는 2024년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가 되었다.
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다시 한 번 “지금 살 것인가, 나중을 대비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최대 소비층인 젊은 여성들, 지출 축소…
“바비, 테일러 스위프트 다음은 없다”
최근까지도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과 ‘바비’ 영화, 고급 네일케어에 아낌없이 소비하던 젊은 여성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이 불황에 대비하는 실질적인 행동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붙이는 네일” 검색량은 10% 증가했고, “금발에서 갈색 머리로” 전환에 대한 검색도 17% 상승했다. 이는 미용 지출을 줄이고 더 실용적인 소비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TV 제작안전 매니저로 일하는 30세 미란다 맥클레런은 최근 네일을 포기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 갈색 머리로 돌아갈까 고민했다. 임대료가 월 150달러 인상된 반면 급여는 제자리인 상황에서, 그녀는 외식 대신 도시락을 싸고 틱톡에서 재봉을 배워 오래된 옷을 리폼하기 시작했다.
퇴색된 트레이닝복은 염색했고, 낡은 셔츠는 소매를 잘라 스웨터 안에 입는 ‘비브’(bib)로 재활용했다. 그녀는 “이젠 내 옷장에서 쇼핑한다.”라고 말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는 이미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더욱 하락했다.
특히 2024년 들어 남성에 비해 여성 소비자의 경제 불안감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테라피는 너무 비싸”…
25세 에이린 브리스코는 중남미와 유럽을 거쳐 작년 11월 미국으로 돌아왔다. 졸업 후 원격근무로 정부계약 품질관리 업무를 하며 해외생활을 즐기던 그는 현재 시카고에서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팍팍하다고 말한다.
부모의 금전적 지원 없이 혼자 사는 브리스코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구독을 취소하고 음식 배달과 네일, 쇼핑도 끊었다. “지금은 정말 모든 걸 아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매주 다니던 심리치료도 중단하고, 그 대신 오픈AI의 챗GPT를 하루 여러 번 사용해 자신만의 ‘셀프 테라피’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술 안 마셨는데 우버도 안 해”
맨해튼에 사는 30세 간호사 스테파니 우메는 JFK 공항까지의 우버 요금이 8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자, “이젠 술 안 마셨을 땐 우버 안 타”라는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 안전이 우려되는 밤에는 예외지만, 평소에는 지하철을 탄다.
그녀는 음식 배달 앱도 지쳤다고 말한다. 그녀는 “냉기 도는 팟타이 하나에 30달러나 내는 대신 트레이더 조에서 1인분 냉동식을 사다 먹는다. 팬데믹 때보다 지금 경제가 더 안 좋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들의 소비 패턴이 경제의 조기 경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 소비자들은 미국 전체 일반 소비재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소비 감소는 경기 침체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여성과가족파트너십의 경제학자 안웨샤 마줌더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소비를 줄일 때, 이는 미국 전체 경제에 빠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빙트렌트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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